2년 전 ‘챗GPT’가 등장한 후 인공지능(AI) 기술은 온 세상을 뒤집어 놨습니다. 새해부터 중국의 3년 차 스타트업 딥시크가 전 세계 AI 판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테크부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 AI·디지털팀’이 급변하는 AI 시대에 꼭 주목해야 할 핵심 트렌드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첫 회는 AI에이전트 성공의 키 ‘커넥티드 에이전트’입니다.
인간의 일을 대신 해주는 AI 에이전트(비서)는 이미 현실이 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도 자체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는 인터넷 검색, 문서 요약,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코딩까지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으며 점점 자율적이고 지능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지난 해 54억 달러(약 7조7300억원)에서 2030년 503억 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에이전트 경쟁력은 ‘커넥티드 에이전트(Connected Agent)’를 구현해 낼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기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업무를 단순 보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스케줄을 분석해 자동으로 회의 일정을 제안하거나 충돌을 조정한다. 고객 서비스 챗봇은 고객 문의 사항에 답을 제공하는 단일 업무를 처리한다. 즉 한 분야를 개별 지원하는데 특화돼 있지만 여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다.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개별 에이전트들의 한계를 넘어선 진화된 AI 에이전트다.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단순한 독립형 도구가 아니라 상호 연결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인간은 단 하나의 AI만 상대하면 다양한 업무를 해낼 수 있다. ‘커넥티드 에이전트’의 등장은 인간과 기술 간 새로운 협업 모델의 시작을 의미한다. 개별 에이전트에서 연결성과 협업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열쇠다.
◇여러 에이전트 총괄하는 ‘관리 에이전트’
AI에이전트가 산업 현장에서 전문적이고 정교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단일 AI에이전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여러 변수와 모든 업무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AI 모델에 학습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신 각 업무에 특화된 정교한 수십 개의 AI에이전트를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는 커넥티드 에이전트가 최적의 대안이다.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상호 협력하는 여러 에이전트를 연결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여러 에이전트를 총괄·조율하는 ‘관리 에이전트(Orchestration Agent)’가 필요하다. 관리 에이전트가 인간이 요구한 주문을 파악해 적합한 에이전트에게 명령한 뒤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커넉티드 에이전트를 구현하기 위해 별도로 필요한 기술은 없지만, ‘관리 에이전트’는 해결해야 할 과제와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에이전트를 계층화·분업화한 뒤 최적의 해결책을 내놓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나 조직처럼 인지 체계의 진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AI 세계에서도 또 다른 기술의 진보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부서간 원활한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는 윈도우 같은 운영체제를 만들 때 세부 기능 단위를 나누고, 이들 간의 정보 흐름을 설계하는 일은 개발자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코딩이나 소프트웨어·공학 전문성이 없는 여러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한 명의 전문가가 했던 복잡한 일을 고등학생 정도 지능을 가진 여러 명에게 업무를 분담시켜서 수행해내도록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고등학생들의 수에 제한이 없고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히 방대하다면, 기존의 전문가를 뛰어넘는 집단 지성을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팀 프로젝트를 받은 팀원이 AI 에이전트에게 데이터 분석을 맡긴다.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AI 에이전트에게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 작성을 맡긴다. 또 다른 AI에이전트는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변환해 팀원들에게 모두 공유한다. 이처럼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각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커넥티드 에이전트의 성공은 자율적 협업과 연결성에 기반한다. 여러 부서간 데이터를 교환하고, 작업을 조율할 수 있는 강력한 응용프로그램 환경(API)과 통신 프로토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AI 에이전트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셈이다. 커넥티드 에이전트는 더 많은 데이터와 상황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며, 인간의 개입 없이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각 부서 및 분야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한번의 실수로 방대한 데이터 유출될 수 있어
커넥티드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데이터 관리 문제다. 한번의 작업으로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대량의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이다. 금융이나 의료, 법률 분야처럼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필요한 산업군 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사용할 경우 업종을 불문하고 회사의 민감한 정보에 AI가 접근한다. 커넥티드 에이전트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구현이 쉽지 않은 이유다.
데이터 유출 등 커넥티드 에이전트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 AI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정확히 구분하고, 명확한 전략을 부여해야 한다. 또 커넥티드 에이전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인간이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고려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