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5일(현지 시각) 저가형 모델을 포함한 새 생성형 AI(인공지능) ‘제미나이 2.0’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전보다 성능을 한층 고도화한 전문가용 AI 모델(프로·싱킹)과 함께 비용 효율을 높인 경량 모델(라이트)을 내놨다. 중국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글뿐 아니라 오픈AI·메타 등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비용과 성능을 동시에 잡는 가성비 AI 서비스를 서둘러 내놓으며 딥시크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성비 앞세운 구글
구글은 이날 회사 블로그를 통해 3종의 새 AI 모델 출시를 알리면서 예전과 다르게 ‘가성비’를 강조했다. 구글은 “라이트(Lite) 모델은 가장 비용 효율적인 AI 모델”이라며 “이전 모델(제미나이 1.5 플래시)과 같은 속도·비용으로 더 높은 품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제미나이 2.0 플래시 라이트의 비용은 100만 토큰(AI 모델에서 처리되는 데이터 단위)당 0.019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 V3(토큰당 0.014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오픈AI의 기존 저가 모델과 비교해도 저렴하다.
구글은 고성능 AI 수요를 겨냥해 상위 모델인 ‘프로’와 ‘싱킹’도 선보였다. 추론 성능이 향상된 제미나이 2.0 싱킹은 질문을 하면 길게 생각한 뒤에 답변한다. 라이트 모델보다 답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분야별 전문가 수준의 심층적인 답을 받을 수 있고 AI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모두 볼 수 있다. 제미나이 2.0 프로 모델은 프로그램 코딩에 최적화된 전문가용 AI다.
◇오픈AI는 무료 경량 모델 내놔
오픈AI도 새 AI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딥시크 쇼크’에 대응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달 31일 고급 추론 성능을 갖춘 경량 모델 ‘o3-미니’를 출시하면서 이 모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최신 AI 모델을 대부분 유료 이용자 대상으로만 공개했는데 과감히 정책을 바꾼 것이다. 이 역시 딥시크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말 X(엑스) 계정을 통해 “(딥시크와 같은) 새 경쟁자의 등장은 신선한 자극”이라며 “앞으로 훨씬 더 나은 여러 AI 출시를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픈AI는 지난 3일엔 새 AI 검색·연구 도구인 ‘딥리서치(DeepResearch)’를 공개했다. 온라인상의 문서·이미지·PDF 파일을 분석해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해 준다. 오픈AI는 “수학·물리 등 분야에서 낸 문제 3000개를 푸는 성능 테스트에서 26.6%의 정확도로 딥시크 R1(9.4%)보다 2.7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딥시크 이후 중국 AI 기술 수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실리콘밸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메타는 딥시크 기술을 분석하는 워룸(실시간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미국 테크 기업들은 이전처럼 대규모 기술·인프라 투자로 압도적 AI 성능 구현을 하는 동시에 시장 호응이 큰 무료 버전 개발도 늘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AI에서 시장점유율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