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거나 차단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기업들이 ‘딥시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통해 딥시크를 제공하거나, 기업 제품·서비스에 딥시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자동차·통신·스마트폰 등 중국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과거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조치가 내려질 때마다 중국에서 자국 제품 구매 운동으로 ‘애국 소비’ 열풍이 달아올랐던 것처럼,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견제받는 딥시크를 구심점으로 삼아 똘똘 뭉치는 모양새라는 분석도 나온다.
◇딥시크로 제품 업그레이드
중국 최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픽업트럭 제조사인 만리장성자동차(GWM)는 최근 자사 커넥티드카(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차량)에 딥시크 AI를 통합했다. 자동 주행 보조, 차량 고장 예측 등 차량 핵심 기능을 강화하는 데 딥시크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는 딥시크 AI를 활용해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음성 인식 능력을 개선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차이나 유니콤·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도 딥시크를 활용해 통신 품질을 높이거나 고객에게 맞춤형 요금제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단순히 자국 AI 사용량을 늘리는 데 머물지 않고, 딥시크로 제품 성능을 고도화해 중국 AI 기술 수준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딥시크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지원 사격을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AI 인프라 스타트업 ‘실리콘플로’와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로 딥시크의 V3과 R1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 개발자 출신이 설립한 중국 그래픽 처리 장치(GPU) 설계 기업 ‘무어스레드 테크놀로지’는 “자체 개발한 AI칩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세워 딥시크 AI를 완벽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주요국에서 딥시크 금지령 확산 이후 중국 중심의 AI 산업 체계를 세우기 위해 중국 테크 기업들이 단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의 애국 협업은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딥시크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만으로 해당 기업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클라우드 기업 ‘캐피털온라인 데이터서비스’는 딥시크 R1 모델을 자사 클라우드를 통해 배포했다고 밝힌 지난 5일 이후 사흘간 주가가 49% 급등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국 제재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가 자국민 인기에 힘입어 애플을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1위에 올랐던 것처럼 AI 업계에 충격을 준 딥시크에 대한 중국 기업과 국민의 성원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더 거세진 중국의 ‘AI 굴기’
중국 기업들은 딥시크 외에도 자국에서 개발한 다양한 생성형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와 제품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 유럽과 비교해 AI 성능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 AI를 산업 현장에서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오픈AI가 중국 내 서비스 접속을 전면 차단한 이후 중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자국 AI를 쓰는 움직임은 더 강해졌다.
텐센트는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3D(차원) 영상 생성 AI ‘훈위안’을 광고와 게임, 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토큰(AI 모델에서 처리되는 데이터 단위)을 대량으로 확보한 덕분에 학습 속도에서 오픈AI의 일부 AI 모델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업체 바이두도 자체 AI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음성 인식 AI 비서인 ‘듀어OS’는 가정용 로봇이나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되고 있다. 센스타임, 지푸AI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은 중국 내 다른 기업들에 무료 토큰을 제공하면서 자사 AI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중국 기업의 AI 국산화 움직임이 글로벌 AI 업계에서 고립되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