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고 인공지능(AI) 기업인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중국 AI ‘딥시크’ 등장으로 불거진 AI 경제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딥시크가 최근 빅테크 개발비의 10분의 1 수준에 ‘저비용 고성능’ AI를 선보이면서 천문학적 개발비를 투입하는 오픈AI·구글·메타 등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올트먼은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세 가지 관찰’이란 제목의 글에서 “AI 모델 서비스 공급 비용이 12개월마다 90%씩 감소한다”며 “AI는 투자할수록 예측 가능한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AI의 사회·경제적 가치까지 고려하면 투자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년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대규모 투자를 해도 충분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트먼은 “과거 컴퓨터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보다 AI의 발전 속도는 훨씬 빠르다”며 “결국 AI도 모든 산업에 스며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AI 성능 조금만 발전해도 파급효과 커”

샘 올트먼은 최근 AI 산업의 트렌드를 세 가지 관점으로 요약했다. 첫째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와 연산이 늘어날수록 AI 모델 성능이 좋아진다는 ‘스케일링의 법칙’을 내세웠다. 최근 일부에선 막대한 돈을 투자해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성능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올트먼은 “AI를 훈련하고 서비스를 제공(추론)할 때, 비용을 투자한 만큼 예측 가능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스케일링 법칙은 여러 측면에서 정확하다”고 했다.

‘두 번째 관찰’은 AI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12개월마다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는 2023년 초 GPT-4에서 2024년 GPT-4o(포오)로 넘어올 때 개발·서비스 비용이 150분의 1로 줄어든 사례를 언급하며 “(앞으로) 우리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제품들에서 환상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같은 성능을 가진 AI 모델이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되고,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구형 AI 가속기 가격이 떨어지는 등 기술적 발전으로 비용이 주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관찰’로는 AI의 사회·경제적인 가치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는 것이다. 올트먼은 “AI의 성능이 조금만 발전해도,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는 훨씬 크다”고 했다.

올트먼은 사람 수준에서 스스로 추론하며 발전하는 범용인공지능(AGI) 모델을 언급했다. 올트먼은 “AGI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무언가의 시작”이라며 “AGI는 10년 안에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모든 질병을 치료하며 가족과 함께 즐길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의 창조적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 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불평등 막기 위한 논의 필요”

샘 올트먼은 AGI 등장 이후 벌어질 사회 불평등에 대해 우려했다. AGI가 비싼 만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트먼은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AG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컴퓨팅 예산’ 도입과 AI의 비용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올트먼은 “기술 발전이 경제 성과나 인간의 건강 등 평균적인 삶의 수치를 개선시킬 순 있지만 누구나 평등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간이 조기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AI 불평등과 AI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 샘 올트먼을 비롯한 80국 기업 관계자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주요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AI 행동 정상회의’를 연다. 행사에 앞서 구글이 9일 파리에서 연 행사에 참석한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우리는 이제 (AGI에) 가까이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시스템이 구현되기까지 5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무어의 법칙

반도체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양(집적도)이 18~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가 1965년 처음 제시했다. 이후 반도체의 데이터 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스마트폰과 PC 대중화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