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창업 동지’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영리 법인으로 전환 중에 있는 오픈AI와 올트먼을 겨냥해 “인류를 위한 AI를 개발한다는 설립 이념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던 머스크가 이번에는 갑자기 오픈AI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테크 업계에선 “머스크가 자신을 ‘패싱’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올트먼의 행보에 훼방을 놓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뜬금없이 오픈AI 인수 제안한 머스크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의 변호사인 마크 토버로프는 오픈AI를 통제하는 비영리 단체의 모든 자산을 974억달러(약 141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입찰서를 이날 제출했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입찰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여기에는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VC)인 베일러 에퀴티 파트너스, 배런 캐피털 등 여러 투자사가 참여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오픈AI를 자신의 AI 기업 ‘xAI’와 합병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오픈AI를 인수하려는 이유에 대해 “오픈AI가 예전처럼 오픈소스, 안전에 집중하는 세력으로 돌려놓을 때가 됐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송윤혜

이 제안은 곧바로 거절당했다. 오픈AI는 소셜미디어 X에서 “됐어요(no thank you), 하지만 원하신다면 트위터(현 X)를 97억 4000만 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할게요”라고 되받아쳤다. 앞서 2022년 머스크는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그 4분의 1에 못 미치는 가격에 사겠다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며 머스크를 비꼰 것이다.

이에 발끈한 머스크는 “사기꾼(swindler)”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여기에 더해 2023년 올트먼이 미국 상원의 AI 관련 청문회에서 “(오픈AI 운영으로) 당신은 돈을 많이 벌고 있지 않는가”라는 의원 질문에 “건강보험을 낼 정도의 돈을 벌고, 그저 이 일을 사랑해서 하고 있다”고 답한 영상을 올리고 “사기(Scam) 올트먼”이라고도 썼다. 올트먼이 오픈AI로 돈을 벌고 있지 않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5년 올트먼 등과 함께 오픈AI를 설립했다. 당시 AI업계에서 최강이었던 구글이 미래 AI 기술을 독점할 것이라는 고민을 나누며,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AI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오픈AI는 일반 기업이 아닌 비영리 단체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사업화의 필요성을 느낀 올트먼과, 이에 부정적인 머스크가 대립했다. 결국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를 떠났다.

둘의 갈등은 챗GPT가 생성형 AI 붐을 일으키자 재점화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초 올트먼을 상대로 오픈AI의 비영리 설립 이념을 어겼다며 소송을 시작했고, 12월에는 오픈AI의 영리 기업 전환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래픽=송윤혜

◇트럼프와 가까워지는 올트먼 견제용?

머스크의 오픈AI 인수 시도에 대해 올트먼은 사내 메신저로 오픈AI 구성원들에게 “(머스크의 훼방은) 우리가 큰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오픈AI 인수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AI가 최근 연달아 거액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해 기업 가치가 급등한 데다, 매각 의사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머스크의 이 같은 ‘도발’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워지는 올트먼에 대한 견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머스크는 미국의 AI 정책을 지배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올트먼이 머스크도 모르는 사이 백악관에 몰래 침투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올트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AI 합작회사 ‘스타게이트’ 출범을 발표했을 때 머스크가 배제된 것을 염두에 둔 평가다. 당시 머스크는 “그들은 돈이 없다”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재를 뿌리는 듯 비꼬았다. 이 같은 몽니에 ‘머스크는 미국 기술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등 지적이 나왔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는 백악관에서도 AI 경쟁자로 떠오른 올트먼을 계속해서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