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서 AI의 안전한 사용을 명시한 ‘AI에 관한 선언문’의 서명을 거부했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비록 선언적 수준이라도 AI 규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국제 사회의 합의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1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파리 ‘AI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AI를 위한 공동선언문’에 미국과 영국이 불참했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중국, 인도 등 57국과 유럽연합, 아프리카연합위원회 등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선언문에는 “AI가 윤리적이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게 발전할 수 있게 한다” “포괄적이고 개방적이며 불평등을 줄이고, 개발도상국의 AI 역량 구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또 “안보, 인권 보호, 소비자 보호와 지식 재산권 문제에 대한 성찰을 위한 AI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규제보다 산업 육성을 강조한 미국이 서명하지 않은 것은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연설에서 공격적인 어조로 AI 산업을 옹호하고 규제를 반대했다. 그는 “미국의 AI 기술이 세계 최고의 표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AI 기술을 억제하기보단 촉진하는 국제 규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을 겨냥해 “권위주의 정권이 훔친 AI 도구를 이용해 외국 데이터를 가져가고 이를 선전하고 있다”며 “그런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밴스는 연설 직후 이어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을 듣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영국은 공동선언문에 명시돼 있는 AI 거버넌스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를 명확히 다루지 않은 점을 불참 이유로 들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이니셔티브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