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딥시크에 대해 IT업계 전문가들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오른쪽부터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 이진원 하이퍼엑셀 CTO./ 조인원 기자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AI) 시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딥시크는 다른 국가들에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본지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하이퍼엑셀 본사 회의실에서 ‘딥시크의 허와 실’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는 네이버클라우드의 이동수 이사와 AI 설루션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의 이진원 CTO가 참여했다. 이동수 이사는 “엔비디아 그래픽 저장 장치(GPU) 등 AI 반도체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AI 국가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한국 AI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활석 “중국과 비교하면 냉정하게 GPU나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뒤처져 있다. 비슷했다면 딥시크만큼 충격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때 효율적이고 좋은 AI 모델인지도 중요한데 한국 AI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고 본다.”

–한국의 AI 경쟁력 어떻게 끌어올릴까.

이동수 “중국의 지방 대학에서 내놓은 거대 언어 모델(LLM)의 성능을 보면 GPU를 상당히 많이 써 개발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에서는 각 대학에 GPU 지원이 안 된다. 네이버와 인텔이 지난해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연구소를 만들었다. 내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과 22개 과제를 진행 중인데, 각 대학에 엔비디아 GPU 정도 성능을 보유한 AI 가속기를 지원하니 연구 성과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GPU가 없었기 때문에 성과가 안 나왔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올해 한국의 AI 관련 예산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중국(39조원)과 미국(29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진원 “예산을 늘리지 않더라도 한국의 AI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GPU뿐만 아니라 인력, 기업 환경, 데이터 등 AI 개발에 필요한 모든 측면이 사실 부족하다. 정부 데이터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AI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국내에서도 좋은 모델이 더 나올 것이다.”

–AI 스타트업 지원은 충분한가?

이활석 “일본은 가능성 있는 곳에 지원을 몰아주면서 AI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원할 때 형평성을 너무 따지는 것 같아 아쉽다. 보통 일본에서는 7년 정도 근무해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요즘 AI 분야 인재는 1년만 근무해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은 기술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AI 시대에서만큼은 뒤처지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

이진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다. 해외 인재뿐만 아니라 국내 인력도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에 대우를 잘해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정부에서 인건비 지원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