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연산 속도가 특징인 양자 컴퓨터는 기존 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기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등 후발 주자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미국의 양자컴 개발은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 IBM은 2023년 1121큐비트(양자컴 연산 단위)의 양자컴을 개발했고, 현재 오류율을 낮춰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수퍼 컴퓨터가 10의 24제곱년 걸리는 문제를 5분 내에 풀 수 있는 양자컴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양자컴이 뛰어난 연산력으로 가상 화폐의 암호를 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상 화폐 가격이 폭락할 만큼 큰 충격을 던졌다.

중국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중국 기업 오리진 퀀텀은 72큐비트 칩을 탑재한 양자 컴퓨터 ‘오리진 우콩’을 개발했다. 지난해 1월 가동을 시작해 139국 과학자들이 연구에 우콩을 활용했다. 금융·의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33만9000건 이상의 연구가 이뤄졌다. 중국과학원과 퀀텀시텍은 504큐비트 양자 칩 ‘샤오훙’을 탑재한 양자컴퓨터 ‘톈옌-504’를 작년 말 공개했다. 이들은 IBM의 양자컴과 성능이 맞먹는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는 인텔과 손잡고 양자컴을 개발할 계획이다. 2030년 초까지 산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수만 큐비트급 양자컴 구축이 목표다.

한국 정부는 2032년 1000큐비트급 양자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 현장에서도 자체 기술을 확보 중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0큐비트 성능의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고, 2026년에는 50큐비트급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온에서 작동하는 광자(光子) 기반 8큐비트 집적회로 칩을 개발했다. 32큐비트까지 성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도 상온에서 작동하는 양자컴을 개발 중이다.

한상욱 양자정보학회 회장은 “후발 주자인 한국은 큐비트 수를 가지고 해외와 경쟁하기보다는 오류 정정, 큐비트 소자·제어 같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