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도 최소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19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의약품 미국 수출액은 15억1345만달러(약 2조1816억원)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와 개량 신약,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이다.

의약품은 미국 수출액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차세대 산업으로 적극 육성 중인 분야다. 11년 전인 2014년 4498만달러에 불과했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2018년 4억4251만달러, 2022년 14억3906만달러로 급증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전체 수출액(96억 달러) 중 미국 의존도는 16% 정도”라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고전하면 성장세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성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상위 제약사 17곳을 고객으로 두고 있고, 계약 물량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작년 3분기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7881억원으로 전체 매출(3조2909억원)의 24%에 이른다.

대웅제약은 2019년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미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완제품 형태로 생산해 미국 유통사 에볼루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만큼 관세가 부과되면 영향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셀트리온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해 미국에 판매 예정인 제품은 지난달 말 9개월분 재고를 모두 옮겨놔 미국 내 판매분 영향을 최소화했다”며 “작년부터 검토해 왔던 미국 현지 생산 시설도 올해 상반기 중 투자 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캐나다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위탁 생산(CMO)을 하는 만큼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미국 현지 CMO 업체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