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스타트업 ‘피겨AI’가 주방에서 인간의 지시를 받고 식료품을 정리하는 로봇 2대의 협업 영상을 공개했다. 인간이 구체적으로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역할을 나눠 일을 함께했다. 로봇들이 업무를 나누고 소통하며 효율적으로 일하는 ‘로봇 분업 시대’가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겨AI가 지난 20일 자사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남성이 식료품점에서 사온 계란, 사과, 쿠키, 케첩 등을 휴머노이드 ‘피겨02’ 두 대 앞에 내려놓은 뒤 “정리해줘”라고 지시했다. 이에 로봇은 식료품들을 응시한 후 냉장고에 넣을 것과, 선반에 둘 것을 분류하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가까운 로봇이 쿠키를 바로 옆 로봇에 건네자, 이를 받아든 로봇이 주방 서랍에 넣었다. 이와는 반대로 냉장고에서 먼 로봇이 치즈를 건네자, 다른 로봇이 이를 받아 냉장고에 넣는 등 협력 작업을 해냈다. 동작 속도는 사람보다 느렸지만 케첩을 냉장고 맨 위에 제대로 넣는 등 정교한 움직임을 보였다. 처음 보는 물건을 정리하고, 손목과 손가락을 비롯해 상반신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임무를 해낸 것이다.
이처럼 로봇이 사물을 인식하고,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적절한 행동을 하는 데 사용된 AI가 이른바 시각-언어-행동 모델인 ‘헬릭스(Helix)’다.
피겨AI는 “헬릭스는 두 대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하도록 설계됐다”며 “한 로봇이 다른 로봇을 도와 다양한 가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휴머노이드가 주로 산업용으로 개발돼 왔는데, 이제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가정용으로도 출시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겨AI는 395억달러(약 56조원)의 기업 가치로 평가된다. 1년 사이에 기업 가치가 15배 이상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