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정에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의 특허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단수를 높일 차세대 공정에 후발 주자로 꼽히는 중국 기업의 기술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YMTC와 3D 낸드 ‘하이브리드 본딩’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웨이퍼와 웨이퍼 사이에 돌기(범프)를 붙이지 않고, 웨이퍼끼리 직접 붙이는 방식이다. 전체 높이를 줄이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의 낸드 기술은 300단대까지 적층할 수 있는데,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낸드는 단수가 높을수록 고용량 칩을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400단 이상 차세대 낸드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YMTC는 하이브리드 본딩 특허를 일찍이 구축해 낸드 공정에 이 기술을 처음 적용한 기업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의 특허를 사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35.2%로 1위다. SK하이닉스(20.6%)와 키옥시아(15.1%), 마이크론(미국·14.2%)이 뒤를 잇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321단, 삼성전자는 286단 낸드를 양산 중이다. YMTC는 아직 전체 점유율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294단 낸드를 양산하는 등 기술 측면에서 한국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YMTC와의 특허 분쟁을 피하기 위해 특허 사용권 교환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YMTC가 서로의 특허를 침해할 기술에 대해 서로 사용권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YMTC는 미국 법원에 마이크론을 상대로 자사의 낸드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나중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불필요한 특허 분쟁을 피하기 위해 미리 특허 사용권을 서로 교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