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포함한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영 진단에 들어갔다.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세계 1위 업체 TSMC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에서 단행한 조치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부터 팹리스(설계 전문) 사업을 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한 경영 진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 진단은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을 통해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신설한 경영진단실에서 진행한다. 삼성이 시스템LSI 사업부에 이어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감사도 진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LSI 사업부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서 4조~5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한다. 삼성이 대대적인 경영 진단을 실시한 것도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이에 못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1분기 19.1%에서 지난해 4분기 8.2%까지 떨어졌다.
기술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신작인 갤럭시S25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제조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지 못했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 A8엘리트’를 탑재했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이미지센서는 일본 소니에 밀려 점유율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경영진단실을 부활시킨 데에는 반도체 사업 부진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번 진단을 통해 기술 개발과 의사 결정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