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세계 이모션 왕국에 살던 감정의 요정 ‘티니핑’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모션 왕국의 로미 공주는 세상에 흩어진 수많은 티니핑을 잡아 왕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2020년 방영을 시작해 흥행에 성공한 국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하 ‘티니핑’)’의 주요 줄거리다. 티니핑의 대표 캐릭터를 활용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 수 124만명을 돌파하며 국산 애니메이션 사상 둘째로 많은 관객을 모았다. 지금도 티니핑에 빠진 아이들이 140가지가 넘는 캐릭터를 하나씩 모으고 싶어 하면서 일부 학부모들에게는 ‘파산핑(티니핑 캐릭터를 사다 파산한다는 뜻)’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수훈(51) SAM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티니핑은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프랜차이즈”라며 “애니메이션은 기획과 제작에만 5년 이상 걸려 실패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디자인과 완구, 글로벌 진출 등을 모두 따졌다”고 했다.
SAMG엔터는 ‘뽀로로’의 아이코닉스, ‘아기상어’의 더핑크퐁컴퍼니와 함께 국내 대표 캐릭터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티니핑으로 ‘대박을 쳤지만, 지금까지 ‘부릉! 부릉! 부르미즈’ ‘메탈카드봇’ ‘위시캣’ ‘미니특공대’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선보였다. 경쟁사들이 대표 캐릭터 1~2가지로 성공한 것과 달리 SAMG엔터는 잇따라 히트작을 내는 데 성공했다.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개발
티니핑 기획은 2017년 시작됐다. 기획 초반부터 4~9세 여자아이를 겨냥한 ‘요정물’로 만들어졌다. 당시 한국 아동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주인공에게 쉽게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공주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기본 문법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공주보다 여러 요정들을 전면에 세웠다. 김 대표는 “사랑은 하츄핑, 용기는 아자핑 등 ‘한 개의 캐릭터에 하나의 감정’으로 단순화해 아이들이 캐릭터를 수집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도록 스토리와 완구 제품 구성을 짰다”면서 “처음에는 유통 업계 10곳 중 8곳은 공주 캐릭터를 앞세우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며 협업을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수집’을 내세운 애니메이션들이 국내에서는 생소했지만, 이미 글로벌에서는 ‘포켓몬스터’ ‘마이리틀포니’ ‘리틀팻샵’ 등이 흥행하며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을 때였다.
SAMG엔터는 티니핑의 흥행과 함께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에 머물던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뽀로로’나 ‘아기상어’같이 IP(캐릭터에 따른 지식재산권)가 흥행에 성공해도, 완구나 키즈카페 등 다른 산업에 IP를 빌려주고 로열티만 받는 수익 모델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SAMG엔터는 티니핑 기획을 시작하며 자체 완구기획팀을 만들어 스토리에 맞는 캐릭터 사업을 함께 추진했다. 대형 마트 등 국내 장난감 유통망도 직접 뚫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자사 IP를 활용한 완구 및 공연 제작, 키즈카페와 자사몰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직접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이제야 디즈니처럼 종합 아동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작점에 서게 됐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매출 등 실적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소비층 확장 나선다
SAMG엔터는 티니핑의 주요 타깃층을 1020 세대로 넓혀나가고 있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을 접한 젊은 층이 티니핑 캐릭터를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이 그 신호탄이다. SM엔터의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의 뮤직비디오에 티니핑을 등장시키고, 다양한 협업 상품을 내놓으며 K팝 팬덤에 올라탄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티니핑 IP를 이용해 게임이나 웹툰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별도로 생산하면서 신규 이용자를 끌어모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미 ‘미니특공대’와 ‘티니핑’이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티니핑’이 어린이 채널에 방영되며 상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러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으로도 나아갈 예정이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K팝 같은 ‘귀여운’ 문화가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시기이기 때문에 티니핑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3~4년 안에 글로벌 매출이 한국 매출을 넘어서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