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훈련용 반도체의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메타는 소규모로 자체 칩을 활용한 AI 훈련을 시작했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 칩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AI 훈련에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엔비디아의 고가 AI 칩을 자체 칩으로 본격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중에서는 가장 늦게 자체 칩 설계에 나섰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의 새로운 칩은 AI 훈련 전용 가속기로, (AI의 훈련과 운용을 모두 하는) 일반적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보다 전력 효율이 더 높을 수 있다”고 했다.
메타의 칩은 대만 TSMC가 생산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이른바 ‘테이프 아웃’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프아웃은 반도체 설계가 최종적으로 완료돼 생산을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로 넘기는 단계다. 반도체 설계가 실제로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지표다. 이 같은 테이프아웃 과정은 한 번에 수천만 달러의 비용이 들고, 테스트에 3~6개월이 걸린다.
메타는 2026년까지 자체 칩을 AI 시스템에 적용하고, 본격적으로 자사 기술로 AI 훈련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 제품 책임자는 지난주 모건스탠리의 콘퍼런스에서 “칩 개발 과정은 ‘걷고, 기어가고, 달리는’ 상황 같았다”며 “그럼에도 메타 주요 경영진은 지금의 1세대 AI 칩을 ‘큰 성공’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가 자체 칩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엔비디아 AI 칩 구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메타는 올해 총지출액의 절반 이상인 650억달러(약 94조원)를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 비용을 포함한 AI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