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터에 주로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D램(DDR5) 가격이 7개월 만에 반등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 반도체 주력인 D램 가격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였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의 저비용·고성능 AI 모델 ‘딥시크’ 등장 이후 오히려 글로벌 AI 경쟁이 격화하면서, 데이터센터의 핵심 장비인 서버용 D램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7일 기준 ‘DDR5(16기가 기준)’ 제품의 평균 현물 가격은 5.08달러로 한 달 만에 6.4% 상승했다. 고성능 D램인 DDR5는 데이터센터 서버나 최고급 PC에 들어간다. 대리점과 소비자가 거래하는 ‘현물 가격’은 시장 심리를 즉각 반영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엔 본격적인 반등 시기가 2분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를 반도체 업황의 저점으로 판단한다”며 “2분기 메모리 출하량 증가와 가격 안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시작된 메모리 가격 하락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 주요 원인이었다. 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덤핑 수준으로 구형 D램(DDR4)을 자국 시장에 쏟아냈다. 특히 D램이 반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타격이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형 D램 생산을 줄이며 ‘공급 조절’에 나섰고, DDR5 등 첨단 D램의 생산을 늘렸다. ‘딥시크 쇼크’는 한국 반도체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중국의 AI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고,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테크 기업들도 새로운 AI 모델을 선보이며 데이터센터 확장에 뛰어들었다. 덩달아 고성능 D램 수요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본격 회복을 거론하기에는 변수가 있다.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메모리 수요 증가세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의 소비 시장이 침체될 경우 대중 반도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