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행사 ‘GTC 2025’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칩 ‘블랙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50여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딥시크를 대표로 빠르게 진화하는 중국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역량을 늦추기 위해서다.

이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총 80개 글로벌 기업·기관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는데, 이 중 50개 이상이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무부는 해당 기업들이 미국의 국가안보 및 외교 정책에 반하는 활동을 했으며, 대규모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첨단 컴퓨팅 기술과 양자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AMD·인텔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허가 없이 이들 기업에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대규모 블랙리스트 지정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우회 수입하는 길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는 지난 2023년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에서 제재를 받은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인스퍼그룹의 6개 자회사가 추가됐다. 앞서 미국은 중국 IT기업의 비상장 자회사들은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해왔지만, 이번에는 자회사들까지 틀어 막으면서 첨단 기술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블랙리스트 기업 중 27개 중국 기업은 중국의 군 현대화를 위해 미국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7곳은 중국의 양자기술 발전을 위해 반도체를 조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2곳은 중국 화웨이와 화웨이의 반도체 계열사인 하이실리콘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첨단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날보다 5.74% 하락한 113.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은 2조 7750억 달러로 줄어들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시총 순위 3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주가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 금지가 강화된 가운데, 중국 당국도 엔비디아 제품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며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중국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칩을 쓰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판매하고 있는 주요 AI칩인 ‘H20’은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 중국 당국이 해당 규정을 엄격하게 시행할 경우 중국에서 H20 사용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엔비디아 고성능 칩을 밀수하고 있는 가운데,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미국 반도체를 제한하면서 이들 기업이 미국 정부에 규제 완화를 로비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