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 기자가 미국 공무원들이 예멘에서 군사 공격을 계획하는 채팅방에 실수로 초대되면서 보안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채팅 앱이 ‘시그널’이란 게 알려져 이 앱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워싱턴에서는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비밀 유지를 위해 시그널로 소통을 하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 시그널은 원래 실리콘밸리와 반체제 인사들 사이에 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미 행정부 관료들이 트럼프가 취임한 후 소통 수단으로 시그널을 채택하기 시작하고 일론 머스크도 ‘시그널을 사용하라’고 X에 올리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시장 정보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까지 미국에서 이 앱은 27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이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한 수치다.

미국 공무원들이 보안을 위해 시그널을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그널이 종단 간 암호화를 통해 문자, 통화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종단 간 암호화는 오직 대화 당사자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부터 받는 순간까지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즉, 시그널 앱을 포함한 그 누구도 사용자 둘이 주고받는 메시지를 읽거나 통화를 엿들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제공하는 다른 채팅 앱과 비교했을 때 시그널의 프로토콜(메시지를 송수신하는 규칙)은 가장 튼튼한 것으로 꼽힌다”고 했다. 또 메시지가 수신자에게 표시된 후 30초에서 4주까지, 원하는 기간 내에 사라지도록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그널도 완전무결한 건 아니다. 종단 간 암호화로 보안을 철저히 해도, 휴대전화나 PC 자체가 해킹을 당하면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나 PC 소유자 몰래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시그널의 메시지나 이를 캡처한 스크린샷을 다른 기기에 재전송할 수 있다. 또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거의 수집하지 않아 보안을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용하지만,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처럼 범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