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 도입을 예고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는데, 실제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최초의 사례가 된다. 가격 변동성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반도체 분야 관세 도입이 “아주 곧(very soon)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모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맞춤형 제작보다는 양산형 제품인 메모리에 대한 관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예상한다. 특히 한국은 메모리 비중이 큰 나라다.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 1,2위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 107억달러 가운데 메모리 비율은 79%다.
◇마이크론 미국 내 생산확대 중
한국의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자국 내 메모리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메모리를 대만과 일본에서 생산 중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며, 향후 20년간 125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다. 뉴욕주와 아이다호주에 메모리인 D램 생산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생산시설이 완공되면 마이크론의 D램 가운데 40%가 미국 내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에서 D램,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 생산 비중은 약 70%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공장은 파운드리 공장이며, SK하이닉스는 패키징 공장이다.
파운드리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TSMC는 고객이 주문한 대부분의 칩을 대만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자국 내 생산비중이 90% 이상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들어간 제품 가격 상승할 듯
미국의 지난해 반도체 직접 수입 금액은 820억 달러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도체는 전자제품에 조립된 뒤, 각국으로 팔려 나간다. 미국산 반도체 역시 최종 조립을 위해 대만과 중국, 동남아시아로 보내진 뒤 다시 재수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 산업의 간접성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타격이 상당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해 4789억 달러 상당의 전자제품과 3860억 달러 상당의 차량을 수입했다. 전자제품과 차량에는 수많은 칩이 탑재돼 있다. 결국 관세는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대만의 기업들을 겨냥했지만, 미국 빅테크가 이들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빅테크의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행정부의 핵심 목표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장비가 더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만약 비용이 증가된다면 데이터센터와 AI 도입이 지연될 수 있다. 최근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