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D램은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사라지는 메모리 반도체다.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9일 SK하이닉스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이 36%를 기록해 삼성전자(34%)를 앞섰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D램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양사의 매출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이 점유율 25%로 3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가 D램 1위에 오른 데는 핵심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역할이 컸다. D램을 8개, 12개 쌓아서 만드는 HBM은 D램 제품 중에서 고부가가치에 속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HBM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의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납품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신형 D램 개발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이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난해부터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 격차는 2023년부터 매 분기 줄어들다가 지난해 말 박빙을 기록했다. 2023년 4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45.5%로 SK하이닉스(31.8%)를 13.7%포인트 앞섰지만, 지난해 4분기 격차는 2.7%포인트까지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우위가 2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는 단기적으로는 AI 수요 강세 때문에 관세 전쟁의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이 높고, HBM이 탑재되는 AI 서버도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HBM 시장의 성장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