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주요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엔터의 주요 주주사에 매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키운 핵심 자회사다. 사업 확장을 위해 다수의 엔터 회사를 인수했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재판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엔터 사업을 ‘비핵심’으로 분류해 매각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실적 부진과 시장 하락세로 카카오엔터가 추진해온 기업공개(IPO)가 난항을 겪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엔터뿐 아니라 모빌리티, 골프, 포털 등도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AI 올인 카카오, 자회사 정리?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AI를 중심에 두고,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카카오는 연내 카카오톡에 쇼핑, 장소 추천 등 AI 기능을 접목하고, 자체 개발한 AI 서비스 ‘카나나’를 선보인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체결하고, 공동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전사적 리소스를 카카오톡, AI를 활용한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며 중장기적 성장을 추진하려 한다”고 했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글로벌 AI 경쟁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고 비판받던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 2024년 5월 128개, 지난 3월 115개로 빠르게 줄고 있다.
카카오엔터 매각설도 ‘AI 올인’ 맥락에서 불거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23년 사우디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1조1500억원을 투자받으며, 약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의 IPO를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돌려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매출 1조812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이 역성장했고, 인수한 기업들의 부진으로 약 259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여기에 증시 침체와 콘텐츠 산업 하락세가 겹쳐 IPO가 어려워지자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 2대 주주인 홍콩 사모펀드 앵커PE가 투자한 지 9년째가 돼 투자금 회수 압박이 거센 가운데, IPO가 녹록지 않자 매각도 옵션 중 하나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며 “AI 투자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카카오는 9일 공시를 통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카카오 그룹의 기업 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당 회사 주주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계열사 매각설에 노조 반발
카카오 계열사의 매각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스크린골프 업체 카카오VX의 연내 매각을 공식화했다. 사내 독립 기업(CIC)으로 있던 검색 플랫폼 ‘다음’은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기로 했는데, 매각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택시 호출 앱 카카오T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는 2대 주주인 사모펀드 TPG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카카오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잇단 자회사 매각설에 노조는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카카오 그룹 노조인 크루 유니언은 10일 입장을 내고 “포털 다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의 주요 플랫폼이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회사 매각 시 구조조정과 권고사직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