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쟁 속에서 중국 반도체업계가 수입 반도체의 원산지를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국이 어딘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미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규정을 명확히 하면서 중국으로의 아웃소싱을 장려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전날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반도체 원산지 기준에 대한 공지를 올렸다. CSIA는 “패키징(조립) 공정을 거쳤든 거치지 않았든 모든 집적회로 제품의 수입통관 시 원산지는 웨이퍼 제조 공장 위치를 기준으로 신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여러 국가를 거치는 복잡한 반도체 공급망 속에서, 반도체 수입 시 관세를 적용하는 원산지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협회의 공지 후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궈지)는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5.9% 상승했고 화훙반도체는 14% 급등했다.
반면 미국 내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칩은 중국으로 수입될 때 높은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등이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IC와이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미국을 다시 아웃소싱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퀄컴과 AMD 같은 미국 칩 설계업체가 대만 업체에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경우 원산지가 대만으로 분류돼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보복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