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기술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AC·창업 지원 기업) ‘퓨처플레이’의 류중희(51) 대표가 직접 창업에 나섰다. 제조업에 특화된 로봇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리얼월드’다. 류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의 빅테크가 AI 기술과 자본을 독점해 국내 AI 업계는 우울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제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조업에 특화된 AI 모델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7월 법인 설립을 마친 리얼월드는 LG전자와 SK텔레콤, 일본 통신사 KDDI, 일본 항공사 ANA홀딩스 등에서 총 2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류 대표의 이번 창업이 주목받는 것은 창업으로 큰돈을 번 후 투자자 역할을 하다가, 다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AI 기반의 스마트폰 사진 자동 인식 기술로 ‘올라웍스’를 창업했고, 2012년 인텔에 매각했다. 이후 투자 전문 회사를 차려 200여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국내 창업 시장을 키웠다. 이번에 직접 창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새로운 분야인 AI는 기술과 투자, 인재 확보 등을 두루 잘해야 한다”며 “그동안 창업과 투자로 쌓은 경험을 활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산업용 AI를 창업 아이템으로 택했다. 그는 “한국이 로봇 연구 논문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이나 중국에 견줄 만큼 실적을 내고 있고, 동시에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가진 각종 공장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면 미국이나 중국을 앞서는 로봇용 AI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리얼월드는 로봇 제조 스타트업 위로보틱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로봇용 AI 모델(RFM) 개발을 위한 인간형 로봇을 개발 중이다. 류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는 인간형 로봇 기반으로 사람 수준의 섬세한 손동작이 가능한 데모(시험용) 버전을 선보이려 한다”며 “AI 시대가 펼쳐지면서 많은 사람이 한국만의 기술 혁신을 바라고 있는데, 리얼월드가 그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