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위너 칩

최근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경쟁이 격화하면서 강력한 흡입력, 걸레질 기능뿐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물 인식, 효율적 집 안 청소 경로 짜기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제조사들은 각종 센서 외에도 로봇 청소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과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프로세서는 중앙처리장치(CPU),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메모리, 카메라 등이 탑재되는 핵심 부품을 뜻한다. 스마트폰만큼은 아니지만 고사양 컴퓨터가 장착된 셈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스스로 계획을 짜고 장애물을 구별해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는 대표적인 우리 일상 속 ‘피지컬 AI’ 제품”이라며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더욱 강력한 프로세서를 넣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로보락은 중국산 칩, 삼성은 퀄컴 칩

최근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로보락, 에코백스와 한국 삼성전자 로봇청소기에 탑재된 프로세서를 분석해 봤다. 테크 업계에 따르면, 로보락과 에코백스는 모두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제품을 쓰고 있었고, 삼성전자만 미국 퀄컴의 칩을 쓰고 있었다.

그래픽=양인성

로보락의 최신 제품인 ‘S9’ 시리즈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중국 올위너 사의 ‘T527′ 칩이다. 미국 제재를 받지 않는 Arm 기반의 8코어 CPU(핵심 연산 장치인 ‘코어’가 8개 탑재된 CPU)를 장착했고, 1GB 용량의 DDR4 D램이 탑재됐다. 또한 AI 연산을 위해 2TOPS(1초에 2조번 연산) 성능의 NPU도 들어갔다. 카메라는 4대까지 지원한다. 로보락 로봇 청소기는 이 프로세서를 통해 73가지의 장애물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집 안 청소 경로를 짠다. 또한 영상 품질도 향상시켜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화상 통화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치고 올라온 삼성전자는 퀄컴의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재 플래그십 로봇 청소기인 ‘비스포크 AI 스팀’에는 ‘퀄컴 로보틱스 RB2 플랫폼’ 칩이 탑재돼 있다. 대부분 중국산 칩이 22나노 공정에서 제조한 것과 달리, 이 칩은 11나노(10억분의 1)미터급 공정에서 제조됐다. 8코어 CPU가 탑재됐으며, 카메라는 3대까지 지원한다. 여기에 영상 정보를 처리하는 GPU 뿐 아니라, AI 연산이 가능한 칩이 함께 탑재돼 있다. 이를 통해 삼성 로봇청소기는 118가지 사물을 구별해 인식할 수 있다. 또한 해킹을 막기 위해 퀄컴의 자체 보안 설루션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5월 출시할 새 제품에도 이 칩을 탑재할 것이 유력하다.

그래픽=양인성

중국 에코백스는 자국 팹리스인 호라이즌사의 ‘라이징선’ 칩 시리즈를 채택하고 있다. 가장 최신 칩인 라이징선5는 에코백스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공개한 잔디 깎이 로봇 ‘고트 A1600’에 탑재됐다. 이 칩은 기존 로봇 청소기용 칩보다 훨씬 뛰어난 10TOPS의 AI 연산 능력을 갖췄음에도 전력 소모는 3W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호라이즌은 “정밀한 지도를 그려 센티미터 수준의 정확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 ‘로청’ 앞세워 진격

로봇 청소기용 프로세서는 올위너, 호라이즌, 록칩 등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자국 로봇 청소기 생태계가 거대한 데다가, 중국이 미국 제재로 만들기 어려운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용과 달리 로봇 청소기용 칩은 크기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중국 파운드리가 보유한 레거시 공정으로 충분히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올위너는 로봇 청소기용 칩뿐 아니라 로봇, 자동차 전장, 스마트홈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저전력 반도체를 설계하며 업계 강자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을 덜 먹고 간단한 AI 연산을 필요로 하는 에지 AI 칩 시장에서 중국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