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정부 기관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런훙빈 회장과 면담하는 장면이 중국중앙(CC) TV에 보도됐다. 화면 속 황 CEO는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도 고집하던 ‘검정 가죽 재킷’을 이날은 벗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중국의 ‘경제 차르(최고 실권자)’라 불리는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 인공지능(AI) 회사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 등을 만나며 광폭 행보를 했다.
황 CEO의 중국 방문은 미 트럼프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용 저사양 AI 칩 ‘H20’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한 직후 이뤄졌다. 황 CEO는 “흔들림 없이 중국에 서비스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 적극적인 구애 신호를 보냈다. 엔비디아는 대만 출신의 황 CEO가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미국 반도체 기업이다. 미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황 CEO가 중국에 공을 들이는 것에 대해 테크 업계에선 “중국 반도체·AI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171억달러(약 25조원)로 회사 총매출의 13% 수준이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중국 비율은 2023년까지 20%대였지만, 미국이 최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하락했다. 중국 화웨이 등이 자체적으로 AI 칩을 개발하면서 엔비디아를 위협하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반도체·AI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지금 규제 때문에 중국에서 완전히 발을 뺀다면, 큰 시장을 영원히 잃을 수 있다는 걸 황 CEO도 아는 것”이라고 했다.
황 CEO는 수시로 중국을 방문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던 다른 테크 기업 CEO와 달리 황 CEO는 베이징을 방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에 3000명 가까운 인력을 고용해 AI 자율주행 분야 연구·개발(R&D) 등을 해오고 있다. 올해 말까지 4000명으로 인력을 늘릴 예정이다.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의 중국 방문을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젠슨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이제는 내 친구”라며 “그는 미국을 사랑하고, 젠슨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