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40분 42초. 19일 중국에서 열린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로봇의 기록이다.
19일 중국 현지 매체 ‘더페이퍼’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세계 최초로 사람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함께 달리는 ‘2025 베이징 이좡 하프 마라톤 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대회에는 예선을 통과한 휴머노이드 로봇 21대가 참가해 21.0975km 코스에서 경쟁을 펼쳤다. 대회는 일반 참가자들과 로봇이 같은 트랙을 사용하되 서로 다른 경쟁 구역에서 진행됐다. 일반 참가자 9000여 명이 나란히 달리는 동안 로봇들은 1~2분 간격을 두고 한 대씩 출발했다.
이번 대회에는 베이징, 상하이, 장쑤성, 광둥성 등 중국 전역에서 18팀이 참가했다. 참가 로봇은 텐궁의 ‘텐궁 울트라’, 유니트리 ‘G1’ 등이었다. 모든 참가 로봇은 직립 2족 보행 구조를 갖추고 있었으나 크기와 무게, 주행 능력은 각각 달랐다.
참가 로봇 중 60901번 텐궁 울트라는 2시간 40분 4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로봇은 신장 1.8m, 체중 55kg 인간형 로봇으로 두 개의 긴 다리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 로봇은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했으며 당시 시속 6km였던 주행 속도를 올해는 최대 시속 12km까지 향상시켰다. 이날 경기에서 텐궁은 시속 8~9km의 속도를 유지했고 배터리를 3번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가 팀들은 로봇의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원격 조종과 반자율 주행 방식을 채택했다. 운영자들은 로봇과 3~5m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조절했고 로봇이 흔들리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을 때는 즉시 보호 조치를 취했다. 21km 완주를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배터리 교체가 필요했다. 대회 규정에 따라 배터리 교체는 F1 경주의 피트스톱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교체에 소요된 시간은 모두 경기 기록에 포함됐다.
로봇들은 달리는 동안 지속적인 충격에 노출됐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팀은 경량 설계와 관절 열전도, 공기 냉각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일부 팀은 충격 완화를 위해 로봇의 발에 러닝화를 신겼다.
대회 중 일부 로봇들은 넘어지거나 부서지는 사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담’과 닮은 로봇은 출발선을 벗어난 직후 너무 빠르게 달리다가 쓰러졌다. 젊은 여성의 얼굴을 한 로봇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파손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우승, 준우승, 3위가 선정됐고 완주상, 최우수 지구력상, 최우수 인기상, 최우수 보행상, 최우수 형태학적 혁신상 등의 특별상도 마련됐다. 다만 교통 통제 등의 이유로 많은 로봇은 제한 시간인 3시간 30분 내에 완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