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올 하반기 본격 양산에 나설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의 높이 규격이 기존안보다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두 업체는 신기술을 섣불리 도입하지 않고도 기존의 D램 쌓기 기술로 HBM4 양산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제덱)는 지난 1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HBM4 표준 규격을 발표했다. 제덱은 글로벌 반도체·테크 기업이 구성한 단체로 메모리 등 반도체 전반의 표준 규격을 만드는 곳이다. 고객 맞춤형인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HBM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제품이어서 출시 전 업계가 함께 규격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기 콘센트의 규격을 통일하는 것과 비슷하다.
제덱이 정한 HBM4의 평균 높이는 775μm(마이크로미터). 이는 애초 제덱이 검토하던 720μm보다 소폭 높아진 수치다. HBM은 D램을 여러 장 쌓아 만든다. 높이가 기존안대로 결정됐다면, 현재 양사가 쓰는 D램 접착 방식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차세대 공법인 ‘하이브리드 본딩’이 조기 도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제덱이 업계 의견을 반영하면서 높이 규정이 775μm로 완화된 것이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마이크론도 기존 공법을 고도화해 HBM4를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가 난관을 넘은 만큼 HBM4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하반기부터 HBM4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제덱은 또 HBM4 대역폭을 ‘초당 최대 2TB(테라바이트)’로 제시했다. 대역폭은 초당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을 의미한다. HBM4를 만들기 위해 쌓는 D램의 단수를 4단, 8단, 12단, 16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달 이 기준을 충족한 HBM4 12단 샘플을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