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형 D램인 DDR4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 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의 물량 공세로 D램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고부가가치 메모리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DDR(Double Data Rate)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데 특화된 D램의 일종으로, 뒤에 붙는 숫자가 높을수록 최신 세대를 의미한다. DDR4는 지난해 삼성전자 메모리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한 제품이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만 고객사들에 DDR4와 LPDDR4 중 일부 품목의 생산이 곧 중단될 예정이며, 늦어도 상반기 내에 주문을 완료하라고 공지했다.
LPDDR은 저전력 D램으로 주로 모바일 기기에 사용된다. 특히 구형 제품인 LPDDR4는 중국 내 저가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된다. 최근 CXMT의 저가형 구형 D램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기존 D램 생산 라인을 DDR5 등 고사양 제품 생산 라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마다 최종 물량이 나가는 일정은 달라지겠지만, 삼성전자가 앞으로 DDR4를 접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DR3 메모리 공급을 완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년 만에 그다음 세대인 DDR4까지 빠르게 축소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 메모리 대표 기업인 CXMT는 올해 DDR4를 중심으로 D램 생산능력을 당초 전망보다 크게 늘릴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CXMT D램 생산량 규모는 273만장(웨이퍼 기준)으로 지난해 162만장 대비 68%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CXMT의 D램 생산능력이 20% 수준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이보다 3배 이상 커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추세라면 CXMT가 D램 생산량에서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을 턱밑까지 추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