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압력’의 근원은 에너지·금속·농산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의 거침없는 상승세다.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 지수인 ‘S&P GSCI’는 올해 30% 가까이 상승해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상승률(12%)을 2배 넘게 웃돌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신종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진 데다 이상 기온에 따른 작황 부진, 주요 광산(鑛山) 파업 등이 더해진 영향이 크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10년 만의 원자재 ‘수퍼 사이클(supercycle·장기적 가격 상승)’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벌써 기술 기업을 위시한 성장주를 팔고, 에너지와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거나 이들 종목으로 구성된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하지만 원자재를 채굴하거나 가공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원자재 가격과 별개로 정부 정책, 시장 수급 상황, 기업 실적 등에 따라 주가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출렁일 수 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원자재 가격’에만 베팅하는 ETF들이 종종 추천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GSG, PDBC, DBC, BCI’라는 이름(티커명)의 ETF들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에너지(원유, 천연가스)와 산업용 금속, 농산물, 귀금속 등 다양한 상품 선물(先物)을 편입해 원자재 가격을 직접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국내에도 관련 ETF가 있지만, 원자재별로 쪼개져 있는 데다 시가총액이나 거래량도 적어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운용 규모나 거래량 면에서는 DBC와 PDBC가 가장 크다. 둘 다 ‘QQQ(미국 나스닥 지수 연동)’로 유명한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만든 ETF로,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에서 관리하는 원자재 지수 ‘DBIQ’를 추종한다. DBIQ는 가장 많이 거래되는 14개 원자재로 구성돼 있는데, 역사적 생산량과 공급량을 반영해 투자 비율을 정한다. 현재 에너지 비율(55%)이 가장 높고, 농작물(23%), 산업용 금속(13%), 귀금속(10%) 순으로 구성됐다. DBC와 PDBC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 방식이다. DBC는 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passive) 전략을 펴지만, PDBC는 펀드매니저가 상황에 맞춰 자산 비율과 거래 방식을 조절하는 액티브(active) 펀드다. PDBC의 위험도가 조금 더 높지만, 운용 보수(0.58%)가 DBC(0.85%)보다 낮고, 일평균 거래량이 많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GSG는 S&P GSCI를 추종하는 ETF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용한다. S&P GSCI는 에너지 비율이 63%나 되기 때문에 국제 유가에 따라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운용 보수도 0.75%로 높은 편이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BCI는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를 추종한다. 블룸버그 지수는 다른 지수들보다 에너지 비율(30%)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BCI도 PDBC처럼 액티브 전략을 구사하며, 운용 보수가 0.29%로 저렴하다.
올해 수익률(지난 11일 기준)을 보면 PDBC(28.4%)와 DBC(27.9%), GSG(26.8%)는 비슷한 수준이고, BCI(19.8%)가 다소 낮다. 올해 들어 35%나 오른 국제 유가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ETF 투자 시 숨겨진 비용인 ‘롤오버(보유 선물을 팔고 다음 번 선물로 갈아타는 것)’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금융투자 박승진 연구원은 “만기가 정해져 있는 선물의 특성상 장기 투자 시 롤오버 비용이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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