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기업 30곳의 주가를 추종하는 ‘S&P 글로벌 클린에너지 지수’는 연초(1월 4일) 1820.22에서 17일 1412.37로 22.40% 떨어졌다. 2020년 한 해에만 134.56% 급등했던 기세가 사라졌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 상품도 마찬가지다. ‘인베스코 솔라 ETF’는 올해 2월 9일 121.94달러에서 지난 17일 78.49달러로 35.63% 주저앉았고,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 ETF’는 연초 28.68달러에서 17일 22.18달러로 22.66% 하락했다. ‘인베스코 윌더힐 클린에너지 ETF’(-26.85%)와 ‘ALPS 클린에너지 ETF’(-15.78%) 등도 모두 연초 대비 내림세가 뚜렷하다.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우하향하고 있다.

전 세계적 ‘탄소 중립’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풍력과 태양열처럼 환경 파괴 없이 자연에서 바로 거둬들일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어낸다. 탄소 배출이 심한 화석 연료 발전을 배척하고 재생에너지를 대안으로 삼는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새로운 ‘금광’으로 여겨져 온 재생에너지 산업이 체면을 제대로 구긴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지적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재생에너지 시설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 기후 변화로 인한 에너지 생산(발전) 불안정성 극대화, 원자력 등 기존 발전 기술의 경쟁력 강화 등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혼란까지 겹쳤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에선 재생에너지 산업에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금방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김의균

◇한꺼번에 몰려든 악재

먼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악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지난해까지 발전 설비의 대형화에 힘입어 점점 단가가 싸지고 있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해 세계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기의 62%가 석탄 화력 발전보다 싸다는 평가도 했다. 초대형 해상 풍력과 태양광 발전단지 덕분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불어닥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지난 1년 새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4배 이상이 됐다. 풍력 발전소의 터빈 블레이드(날개) 등 친환경 발전 시설의 핵심 재료인 구리와 철강 값도 같은 기간 35% 안팎으로 올랐다. 이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제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가격이 글로벌 재생에너지 수요의 가장 큰 복병이 됐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비싸지고, 발전 수익률이 하락하며 재생에너지 개발 수요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Vestas)는 이달 초 구리와 철강 가격 상승을 반영해 2021년 연간 수익을 예상치보다 3% 하향 조정했다.

해상 운임마저 급등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 시설과 자재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돼 세계 각국으로 운송되는데, 국제 해상 운임이 지난 1년간 4배가 됐다. 폴리실리콘 가격과 해상 운송비 급등 등 악재가 겹치며 미국 5대 태양광 기업의 주가는 올 들어 평균 8.5% 하락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 한화 큐셀도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35.5% 감소했다.

재생에너지가 ‘깨끗하지 않다’는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표면의 오염 물질을 수시로 세척해야 효율이 유지되는데, 이때 쓰이는 독성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 애초 30년으로 예상한 태양광 패널의 내구성이 이에 못 미치면서 교체 수요가 크게 늘었고, 풍력 발전 설비는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해 “20~30년 내에 재생에너지 관련 폐기물이 수천만톤에 이를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도 문제다. 경남 통영 욕지도에선 2019년부터 2년째 해상 풍력단지 개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어업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게 주민들의 논리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독일에선 이런 님비 현상 때문에 아예 에너지 갈등을 중재하는 전문기관을 2016년 설립해 운영할 정도다.

◇‘천수답 에너지’의 근본적 한계

재생에너지의 근본적 취약성도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날씨나 기후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공급의 불안정성이다. 세계 최대 해상 풍력 발전 회사인 덴마크 오스테드(Ørsted)는 올 들어 북해 지역의 평균 풍속이 하락, 큰 손실을 보았다. 이 회사의 예상치는 초당 8.6m였는데, 실제 풍속은 이보다 9.3% 낮은 초당 7.8m에 그쳤다. 이로 인해 올해 7월까지 입은 손실은 14억크로네(약 2580억원)에 달한다. 2020년 82.6% 폭등했던 오스테드 주가는 8개월여 만에 22.7% 급락했다. 이 회사 매즈 니퍼 CEO(최고경영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농부 입장에서 비가 오지 않은 것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독일 업체 RWE도 최근 “중부 유럽의 낮아진 풍속 때문에 상반기 조정 수익이 22% 하락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재생에너지의 단속적(intermittent) 속성이 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오세아니아에선 건조한 날씨가 수력 발전에 타격을 입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뉴질랜드의 강수량이 크게 줄어 수력 발전에 쓰이는 호수의 수위가 몇 달째 60% 미만에 머무르면서 심각한 전력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뉴질랜드는 수력 발전의 비율이 전체 에너지 생산의 절반이 넘는다. 뉴질랜드는 결국 대기 오염을 감수하고 화력 발전소 가동을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뉴질랜드의 석탄 수입량이 이전 10년 평균의 2배를 돌파했다.

지난 겨울 미국 텍사스 지역의 기록적 한파로 인한 풍력 발전 중단, 지난해 여름 미국 서부의 폭염으로 태양광 발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소속 경제학자 개럿 골딩은 “날씨·시간에 따른 변동성 증가로 전력 수급 균형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에너지 공백을 메울 조정 가능한(dispatchable) 전력의 필요성이 늘어나는데, 이는 대부분 화석 연료로 충원하게 된다”고 했다.

[INFOGRAPHICS] 재생에너지 발목 잡은 3가지 난제 /그래픽=박상훈

◇재평가되는 원전, 수요 느는 화력발전

재생에너지의 부진은 원자력 발전의 경쟁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원전은 화학적 반응(불)이 아닌 핵분열을 이용해 발생시킨 열 에너지로 발전하므로 탄소배출량이 ‘0’인 데다, 발전 단가 역시 매우 낮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난해 말 보고서를 보면 원전의 균등화 발전 단가(LCOE)는 메가와트시(MWh)당 69달러(중위값 기준)로, 17개 발전 기술 중 넷째였다. 재생에너지는 소규모일 경우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높은 편이다. 해양 풍력발전단지(offshore windfarm), 대규모 태양광 단지 등 초대형 시설의 경우에만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더 저렴했다.

결국 안정된 전력 공급과 탄소 중립 목표를 조기 성취하기 위해 원전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은 원전 6기의 수명을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원전 활용 비율을 2019년 6%에서 2030년 최대 22%까지 높이기로 했다. EU(유럽연합) 합동연구센터는 지난 3월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내고 “원전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해상 풍력 발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일부 재생에너지보다는 더 우수하다”고 밝혔다. 같은 발전 용량 기준으로 점유하는 토지가 작고, 방사성 폐기물은 지하에 묻으면 안전하다고도 했다. 친환경 발전 선진국인 프랑스도 즉각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최근엔 ‘소형 모듈 원전’이란 차세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원전보다 건설비가 적고 다양한 전력망에 적용할 수 있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10억달러(약 1조1840억원)를 투자할 정도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원자력 관련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글로벌X우라늄 ETF’ 가격은 연초 대비 16.91% 올랐다.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과 반대 흐름이다.

재생에너지가 맥을 못 추니 ‘퇴출 대상’이던 화석 연료 수요마저 늘어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올해 미국인들이 하루 평균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휘발유는 880만배럴로, 지난해보다 10% 늘어났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 증가로 집 밖으로 나오는 시민이 늘면서 차량 이동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석탄 소비도 늘어 미국 최대 석탄 채굴업체 피바디(Peabody) 에너지는 미국 발전소의 2분기 매출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한 낙관론 vs 신중론

그래도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업계의 주류가 될 것이란 전망은 그대로다. IEA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증가량은 280GW(기가와트)로, 전년 대비 45% 늘면서 20년 만의 최고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추가된 신규 전력 생산 용량의 90%가 재생에너지였고, 올해와 내년에도 같은 비율이 유지될 것이란 분석도 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생에너지가 발전 산업의 대세가 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투자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며, 반등하는 데 1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눈앞을 장밋빛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4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3년 전 예상보다 10년 빨라졌다는 심각한 경고였다. 하지만 시장은 요동치지 않았고, 국제 유가는 되레 올랐다. 한국에너지학회장인 박진호 영남대 교수(화학공학)는 “한국만 해도 아직 재생에너지를 받아서 쓸 생태계가 미흡하다”면서 “미래 에너지인 수소를 만들 때도 재생에너지만으론 어려워 당분간은 기존 화석 연료의 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쓰이는 수소의 상당수가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물을 재생에너지 전기로 분해해 만드는 ‘녹색 수소’가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생산 비용이 비싼 게 걸림돌이다. 배터리기반 전력저장기술(ESS)의 발달도 변수다. IEA도 올 초 “(ESS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원자력·수력 등과 혼합 활용돼 에너지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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