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에 경제적 동기가 작용한다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게리 베커이다. 1970년대 초 이런 주장을 담은 첫 논문을 냈을 때 그는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신성한 결혼을 경제적 이득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거의 패륜적인 일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현실적인 사회 현상을 잘 설명했다. 사람들은 결혼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진다고 생각할 때 결혼을 한다. 결혼하고 나서 생활수준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결혼을 잘 하지 않는다. 이혼해도 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으면 이혼을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이혼 후 경제적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한 사람들은 이혼을 잘 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들이 데이터로 입증되면서 경제학에서는 경제적 동기 또는 금전적 손익이 결혼과 이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 이런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게 결혼 경제학이다.

/일러스트=박상훈

현재 우리나라에서 혼인율이 낮아지고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도 경제적 환경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가정을 유지할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니 결혼을 미루고, 부모와 같이 사는 게 경제적으로 더 풍족하니 결혼의 필요성이 더 떨어진다. 여성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이혼도 이전보다 쉽게 결심할 수 있게 됐다.

요즘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는 어떨까. 종부세는 1가구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가구당 한 채의 집만 가지도록 하고, 여러 채를 가지는 것에 벌칙을 주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 집을 가지고 있는 미혼 남녀가 있다고 하자. 이 둘이 결혼하면 세금이 폭증한다. 사귀기만 하고 결혼을 안 하면 세금이 없는데, 결혼을 하면 그때부터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둘은 결혼을 하려고 할까, 하지 않으려고 할까.

반대로 각자 명의로 집을 한 채씩 가진 부부가 있다고 하자. 현재는 다주택 가구여서 고율의 종부세 대상이다. 만약 이 부부가 이혼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결혼한 부부로 지내면 몇 백, 몇 천만원 세금을 내야 하고, 이혼하면 세금을 안 낸다. 그러면 이 부부는 최소한 명목상이라도 이혼을 생각할까, 아니면 세금과 아무 상관없이 결혼 생활을 유지할까. 특히 세금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말이다.

경제학에서는 비경제적 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경제 제도는 문제가 있는 제도라고 본다.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가족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낙제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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