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맥도널드 매장 앞에 신규 직원에게 300달러 채용 보너스를 준다고 안내하는 간판이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구인난에 허덕이는 미국 기업들이 새로 뽑은 사원들을 눌러앉히려 분투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조업이나 음식점, 호텔 등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높은 기업들은 ‘90일’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놓고 이 기간에 직원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각종 프로그램이나 인센티브를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의 항공우주 업체 TAT림코는 용접·조립 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근로자가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퇴사하자 90일 안착 프로그램을 짰다. 신입 직원 전담 코디네이터(관리자)를 고용해 새 직원들이 정식 입사하기 전부터 수시로 접촉하며 친밀감을 높였다. 또 신입 직원들에게 업무와 회사 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매주 업무 기대치를 설정해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새로 뽑은 직원 45명 가운데 단 한 명만 퇴사했다.

직원 채용 시 보너스를 내걸면서 ‘90일 근무’ 조건을 단 기업도 많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지난해 극심한 인력난을 겪은 뒤 직군별·지역별로 사이닝 보너스 제도를 도입했다. 보너스 총액이 2000달러라면 1주일 후 500달러, 1개월 후 500달러, 90일 후 1000달러를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약국 체인점 업체 ‘CVS헬스’는 창고 직원을 모집하면서 입사 90일 후 1000달러 보너스를 내걸었다. 맥도널드와 웬디스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도 입사 90일 후 보너스 수백 달러를 지급한다.

왜 90일일까. WSJ는 경험 많은 인사 담당 임원들을 인용해 “운동 습관을 기르는 데 몇 주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90일은 직원들이 새 직장에 완전히 적응해 일상으로 들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요즘처럼 이직률이 높은 환경에서도 90일을 넘기면 1년 이상 회사를 오래 다닐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국내 업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X 열차 등을 제작하는 현대로템은 신입 사원 채용 방식을 정기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며 보상을 강화했다. 입사 후 여섯 달이 지나면 KTX로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멘토·멘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우리 같은 제조 업체는 급여가 높은 카카오 같은 IT 업체에 우수 인재를 빼앗길 수 있다”며 “직원이 잘 적응하고 오래 다닐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 인사 컨설팅 회사 콘페리의 이종해 전무는 “과거에는 집체 교육을 통해 충성심만 강조하면 됐지만, 지금은 ‘당신은 우수한 인재이며, 우리 회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2022 서울 직업계고 동문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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