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커버스토리로 ‘체리슈머’를 다뤘습니다. 연말마다 이듬해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을 내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이 만든 신조어로, 얌체 소비자를 뜻하는 체리피커보다 좀 더 긍정적인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극단적인 얌체 소비자를 지칭하는 말로 체리피커라는 영 단어보다 ‘뽐거지’라는 말을 더 즐겨 씁니다. 쇼핑 정보 공유 사이트인 ‘뽐뿌’ 사용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정 집단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과거 이곳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을 보면 ‘오죽하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아마존 물안경 사태’입니다. 2016년 미국 쇼핑몰 아마존에서 한 개인 판매자가 12달러짜리 물안경을 팔았는데, 실수로 무료 쿠폰 코드를 노출한 것을 한국의 한 네티즌이 알아채고 뽐뿌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이 사이트 사용자들은 신나게 공짜 물안경을 수천 개나 주문했습니다. 실수를 깨달은 판매자가 다음 날 임신한 아내와 어렵게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며 주문을 취소해달라고 읍소했지만, 응한 사람은 극히 적었습니다. 오히려 “어차피 인생은 경쟁이므로 남을 파멸시켜야 내가 산다”는 댓글을 올린 이도 있었습니다. 물안경 판매자 가족이 어떤 결말을 맞았을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얌체 소비자는 자기가 주어진 환경에서 정보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똑똑한 소비자일 뿐이라고 여기겠지만, 이들의 행동은 많은 기업과 다른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얌체 소비자들이 하도 극성스럽게 혜택을 빼먹는 바람에 이제 시중에는 혜택 좋은 신용카드 씨가 말랐습니다. 2014년 단통법이 도입돼 휴대전화 보조금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일부 약삭빠른 소비자가 보조금 혜택을 독식했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넷플릭스 계정 공유가 차단되면 본래 취지대로 가족끼리 계정을 공유해온 사람들이 가장 피해를 보게 되겠죠. 알뜰한 건 좋지만, 도가 지나치면 체리슈머가 아니라 체리피커나 뽐거지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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