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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해상 풍력발전이 꼭 필요한 나라지만, 현재 한국의 해상 풍력 관련 규제 환경은 15년 전 독일과 영국의 초기 상황과 비슷합니다. 인허가나 입찰 방식 등이 개선돼야만 해상 풍력발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을 겁니다.”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 그중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앞서 있다고 꼽히는 RWE의 스벤 우테르묄렌 해상 풍력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WEEKLY BIZ가 최근 만났다. 한국에서 ‘해상 풍력 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발전·설비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한국은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보다 해상 풍력발전에 적합한 나라지만, 규제 때문에 추진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테르묄렌 CEO는 “한국은 조선 및 중공업, 이차전지 등 대규모 설비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이 발달해 있어 전력 수요가 많고, (제조업·건설업이 발달해) 설치·운반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라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해상 풍력발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상 풍력, 한국에 잘 맞아”
RWE는 독일에서 1898년 설립돼 125년 이상 발전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석탄 및 가스 발전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했으나 최근에는 해상·육상 풍력과 더불어 태양광, 양수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550억유로(약 80조원)를 쏟아부어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204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상 풍력이 왜 필요한가
“해상 풍력은 효율 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다. 전력은 필요로 하는 곳에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중요한데,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보다 이런 조건에 더 부합한다. 또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 단지는 해안가에서 거리가 꽤 떨어진 곳에 만든다. 이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도 피해가 적다.”
-해상 풍력이 한국에 적합한 이유는
“많은 국가가 탈탄소화를 해내려면 해상 풍력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독일·영국·네덜란드·프랑스·덴마크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독일처럼 태양광과 육상 풍력에 제약이 많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도 독일과 비슷한 환경이다.”
한국은 육상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기에는 평지가 부족하고, 대신 바람이 많이 부는 데다 수심도 깊지 않은 서해안에서는 해상 풍력이 용이하다는 게 우테르묄렌 대표의 설명이다.
◇“해상풍력특별법 빨리 통과돼야”
-RWE는 왜 한국에서 해상 풍력 사업을 하려 하나
“우리는 지난 20년간 독일·영국 등에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 19곳을 건설해 여기서 총 3.3GW(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을 하고 있을 정도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쌓은 경험이 한국의 우수한 파트너들을 만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해상 풍력발전 단지가 만들어내는 일자리 수백 개도 한국에 이익이 되리라고 본다. 영국에서도 해상 풍력 산업으로 3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한전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해상 풍력발전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23.5MW(메가와트) 수준이다. 200~400MW 규모 ‘단지’ 수준의 발전을 하는 곳은 없다.
-한국 사업은 왜 진행이 안 되나.
“해상 풍력이라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영역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런 점이 부족해 보인다. 우선 해상 풍력 인허가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단계는 여러 개로 쪼개져 있어서 일부는 지방정부와, 일부는 중앙정부와 얘기해야 한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해상 풍력 단지를 개발·개통하기 위해 단계별 일정을 알아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명확성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국회에 계류돼 있는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입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을 단축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지난 국회 때부터 발의됐으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 어민들의 반발 등으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어민들의 반대도 있다
“전 세계에서 이미 건설한 19개 단지, 건설 중인 4개 단지는 모두 현지 어업계의 기준을 만족시키며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해상 풍력은 어업과 공존해야 한다. 어민들이 우려하는 바는 알지만 어떤 연구에서는 해상 풍력 단지가 인공 산호 역할을 해 물고기 개체 수가 늘어난다는 결과도 있다.”
◇전쟁으로 더 중요해진 에너지 안보
-내년 해상 풍력 산업 전망은
“인플레이션과 외부 요인으로 에너지 업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주목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럽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석유를 수입하는 방식은 전쟁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변화가 있을까.
“우리도 그 부분을 예의 주시 중이다. 미국에서 해상 풍력 관련 허가가 늦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은 아주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동해안이나 서부 캘리포니아는 해상 풍력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결국은 사업이 조금 늦춰지는 수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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