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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Stellar) 3분기’, ‘견고한 실적’….

‘레깅스계의 샤넬’로 불리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 룰루레몬 애슬레티카(이하 룰루레몬)가 지난 5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들은 잇달아 찬사를 쏟아냈다. 실제 달력으로 치면 8~10월에 해당하는 회계연도(룰루레몬의 회계연도는 매년 1월 31일과 가까운 일요일에 끝나고,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새 회계연도 시작)상 3분기 매출이 24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치였던 23억6000만달러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실적 발표 후 회사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9% 이상 급등했다.

한화 기준 10만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 레깅스를 팔면서도 코로나 팬데믹까지 이겨낸 ‘무적’ 브랜드로 통했던 룰루레몬은 사실 최근 고전 중이었다. 코로나를 전후해 ‘홈트(홈트레이닝)’에 매진했던 주 소비자층이 떠났고, 애슬레타·루오리·알로요가 등 경쟁자가 급속도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람 앞의 등불 같던 룰루레몬이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WEEKLY BIZ는 룰루레몬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와 실적 발표회 녹취를 바탕으로 룰루레몬의 전략을 분석했다.

◇멤버십까지…미국 시장 안정세

사실 룰루레몬의 주력 시장인 미국만을 살펴보면 이번 분기 실적은 ‘찔끔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매출 2% 성장했다. 전체 매출이 9% 성장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회사는 미국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위안거리로 내세웠다. 지난 7년간 제품 혁신을 이끌었던 선 초에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5월 퇴사하면서 신제품 출시를 위한 조직 구성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해결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었다. 캘빈 맥도널드 룰루레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우리는) 지난 분기에 미국 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제는 새로운 조직이 완벽하게 자리 잡아 혁신을 실현하는 데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품 구성에서도 계절에 걸맞은 색상, 문구, 패턴을 민첩하게 만들어냈다”며 “이런 노력 덕분에 하반기에는 제품 구색이 순차적으로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맥도널드 CEO는 또 “미국에서는 계속해서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발견하고 있다”며 “멤버십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현재 회원 24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룰루레몬은 집에서 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고 무료 반품 등 혜택을 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회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연말 쇼핑 시즌의 순조로운 출발

룰루레몬의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선 이번 연말 쇼핑 시즌 성과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였다. 추수감사절과 이른바 ‘블랙프라이데이’로부터 시작하는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은 이번 분기 실적에 포함되지 않지만 맥도날드 CEO는 실적 발표회의 시작을 블랙프라이데이 성적으로 열었다. 그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애플리케이션과 이커머스 방문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다른 업체들과 달리 우리는 세일 이벤트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의 성적은 한 해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기간 재고 처리가 많이 이뤄지면 영업이익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CEO는 “연말 쇼핑 시즌 기간 동안 증가한 트래픽을 활용해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정리한다”며 “(예년보다 올해는) 연말 쇼핑 시즌이 짧아진 만큼 4분기 계획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급성장

룰루레몬의 지난 3분기 ‘선방’의 배경엔 중국 시장도 큰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39% 늘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CEO도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2025년 성장 계획과 전략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건강 중국 2030′이란 국민 건강 증진 정책이 실시되고 있는데 룰루레몬이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지역 행사나 커뮤니티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 게 효과가 컸다는 설명이다. 맥도널드 CEO는 “이번 분기에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아홉 도시에서 이벤트를 개최해 총 1만5000명이 참여하고, 조회 수 38억건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룰루레몬은 중국 외 다른 해외 시장 역시 앞으로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내년엔 이탈리아에 첫 매장을 열 예정이며, 덴마크·벨기에·튀르키예·체코 등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남성복을 새로운 타깃으로

룰루레몬은 레깅스·요가복 등으로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어왔으나, 이제는 남성복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남성복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9% 성장했다. 맥도널드 CEO는 “2026년에 매출 125억달러를 만들겠다는 ‘파워 오브 쓰리X2′ 계획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예정보다도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며 실적발표회 발표를 끝맺었다. ‘파워 오브 쓰리X2′ 계획은 룰루레몬이 2021년 62억5000만달러였던 매출을 2026년까지 125억달러로 끌어올리고, 이를 위해 남성·디지털에서 2배, 해외에서 4배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2022년 발표된 이 계획은 해외·남성·디지털이라는 룰루레몬의 3개 성장 축을 보여주는 셈이다.

확실한 반등을 노리는 회사답게 룰루레몬은 주가 부양책도 화끈했다는 평가다. 맥도널드 CEO는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최근 이사회는 1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증액을 승인했다”며 “3분기에 4억9000만달러의 주식을 매입해 (올 한 해에만) 현재까지 총 14억달러의 주식을 이미 매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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