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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장 사람들은 남 일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요. ‘결혼 안 하냐’ ‘여자 친구는 있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안부 인사인 척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묻는 꼰대가 너무 많아요.”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의 흔한 주제 중 하나는 직장 내 사적 질문에 대한 고민이다. 최근에도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로 추정되는 직장인 초년병들의 이런 푸념이 줄줄이 올라왔다. 사생활 질문에 대한 스트레스는 남녀가 따로 없다. 여성 직장인들은 “연차나 휴가 때 어디 갈지 좀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다. 대충 둘러대면 ‘남자 친구랑 갈 거지’란 질문이 금세 따라온다”고 한다.
요즘 직장에선 어느 선까지 해도 되는 사적 질문일지 WEEKLY BIZ가 설문으로 알아봤다. 설문은 지난 16~17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직장인 814명을 대상으로 했다.
◇”여친이랑 여행 가?” “보디 프로필 찍었어?”
요즘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가장 손사래 치는 사적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성 친구나 결혼·출산 관련 질문이다.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양모(26)씨는 “입사하자마자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여자 친구 있나요’였고, 없다고 하면 ‘왜 없어요’란 말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고 했다. 얼마 전 장기 휴가를 쓴 회사원 조모(33)씨는 “휴가 때 여행 다녀왔냐, 여행을 다녀왔다면 혼자 다녀왔느냐, 아니면 남자 친구랑 갔느냐 같은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동료들이 있었다”며 “무례한 질문이라 전혀 응답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서 ‘회사 동료에게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질문은 무엇인지’ 묻자(복수 응답) 20~50대 전(全) 연령대에서 ‘아이를 낳을 것인지 등 자녀 관련’(31.1%) ‘결혼을 할지 여부’(28.9%)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가 있는지 여부’(24.4%)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집이 자가(自家)인지 여부’(42.1%)를 묻는 질문이었다. 2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해온 대기업 직장인 권모(43)씨는 “미혼일 땐 그렇게 언제 결혼하느냐고 묻더니, 결혼하니 언제 애 낳느냐고 물어보고, 이제는 집이 어디냐, 자가냐, 몇 평이냐고 호구 조사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보디 프로필(몸매 사진) 찍기도 요즘 직장인들의 사적 영역을 건드는 요인 중 하나다. 직장인 최모(43)씨는 “요새 보디 프로필 찍고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까지 그걸로 바꿔두는 직장 후배들이 있다”며 “이에 ‘보디 프로필 찍었느냐’고 관심을 보이면 뭘 그런 걸 묻느냐고 기분 나빠 해 난처해진 적이 있다”고 했다.
반면 이 정도는 회사 동료에게 물어도 된다는 사적 질문(복수 응답)으로는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등 개인 취향 관련’(58.2%) ‘사는 지역이 어디인지’(38.6%) ‘비트코인이나 주식 등 재테크는 뭘 하는지’(25.4%) ‘평소에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등 운동 관련’(23.3%)이 많이 꼽혔다.
◇”과한 관심은 사절”
사적 질문과 관련한 직장 내 전선(戰線)은 아무래도 고참 상사와 저연차 직장인들 사이에 생기곤 한다. 이번 설문에서도 ‘평소에 회사에서 사적 질문을 하는 편이냐’고 묻자 50대 직장인 가운데 약 3분의 1 정도(29%)는 “편안하게 거의 매일 하는 편”이라고 답한 반면 20대 직장인은 이 비율이 18.5%로 낮았다. 거꾸로 “어떤 자리에서든 사적 질문을 하지 않는 편”이라는 비율은 50대에서 27.1%, 40대 33.2%, 30대 40.1%, 20대에서 42.5%로 나이가 어릴수록 높아졌다. 직장에선 사적 질문을 피한다는 20대는 그 이유(복수 응답)로 “사적 질문 자체가 부담스럽다”(54.8%), “업무와 사적 대화를 구분하고 싶다”(25.9%),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21%) 등을 꼽았다.
다만 이른바 20~30대 비교적 젊은 직장인들도 ‘사회성 약하고 개인주의적 집단’으로 싸잡히는 데 대해선 억울함이 있다. 점심 식사나 날씨 얘기 같은 사소한 얘기야 언제든 괜찮지만, 듣는 사람이 불쾌해지는 선 넘는 관심과 질문이 불편하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에서도 20대는 직장 내 사적 질문에 관한 주관식 설문에서 “뭐든 과하지 않으면 좋겠다” “선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같은 답변이 많았다.
◇슬기로운 직장 생활 요령
인사 전문가들은 사적 대화가 되레 업무나 협상에서 긴장감을 줄이고 생산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긍정적 효과를 내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조미나 HSG 휴먼솔루션그룹 조직문화연구소 소장은 “‘왜 결혼 안 했냐’ ‘왜 애가 없느냐’ 하는 질문보다는, 직장 동료의 결혼 여부, 자녀 유무에 대한 기본적 가정 환경에 관한 얘기랄지, 상대방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 일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업무상 고민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서로 잘 알아야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리더들도 요즘 젊은 직원들은 상사와 말 주고받기 싫어한다고 지레짐작해 질문조차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 소장은 “서로 모르니 리더들은 직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왕왕 자기가 좋아하는 골프 얘기만 한다”며 “만약 직원들에게 어떤 질문을 했다가 불편해하면 ‘내가 너무 깊숙이 물어봤구나’ 사과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
직장 생활에선 ‘배려’가 기본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경선(전 여성가족부 차관)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예컨대 동료의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면 그 동료의 직장 생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간병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연초에 한 해 목표가 뭔지 물어보고 격려해 주는 것 같은 직장 내 배려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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