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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하겠다. 트럼프씨, 꺼져라(F*** off).”
지난 2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덴마크를 대표하는 앤더스 비스티센 의원은 이렇게 외쳤다. 그는 “그린란드는 800년간 덴마크 왕국의 일부였고, 판매용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다음 ‘욕설’을 섞어 이야기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을 앞두고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취임 첫날인 20일에도 기자들을 만나 “우린 국제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태도에 덴마크 우파 정치인인 비스티센 의원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비스티센 의원은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라며 “미국에도, 중국에도, 극지방을 지정학적 놀이터로 만들려는 초강대국 누구에게도 판매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팔려나간다면 그린란드가 미국령이지만 선거권이 없는 푸에르토리코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린란드 팔린다면? 선거권도 없는 다른 미국령처럼 될 것”
-트럼프의 주장에 대한 덴마크의 공식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 미국에도, 중국에도 안 판다. 극 지역을 노리는 다른 초강대국에도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는 발상은 어리석은 주장일 뿐만 아니라, 그린란드 사람과 덴마크 왕국 사람들을 모두 모욕하는 처사다. 트럼프는 우리의 주권과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특별한 파트너십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무지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덴마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데, 트럼프는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미국이 그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 때문에 그린란드에 군대를 주둔하는 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나토 동맹국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덴마크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란드의 운명은 그린란드를 착취하려는 자들의 손에 놓여선 안 된다. 그린란드와 그 구성원들의 미래 번영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중요하고 소중한 일부로 남게 될 것이다.”
-미국의 일부가 되는 걸 원하는 그린란드인도 있지 않을까.
“미국령이 된 지역들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예를 들어 푸에르토리코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어중간한 상태로 남아 있다. 미국 의회에 대표자를 보낼 수도 없고, 미국 대통령을 직접 선출할 권리도 없다. 미국 연방법에 종속되고, 세금도 내야 하는 데 말이다. 아메리칸사모아나 미국이 덴마크에서 100년 전에 구입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과거의 식민지인들처럼 더 적은 ‘권리’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제시하는 건 경제적 종속과 참정권의 박탈일 뿐이다.”
-그린란드인들은 덴마크로부터 어떤 혜택을 제공받고 있나.
“그린란드가 덴마크 왕국으로부터 받는 특별한 혜택은 많다. 수십억 크로네 상당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고, 덴마크의 의료, 복지, 교육 시스템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덴마크 의회에도 대표를 보낼 수 있다. 미국은 이보다 많은 혜택을 그린란드에 제공할 수 없다. 그린란드의 외교정책은 코펜하겐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린란드 수도인) 누크나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덴마크의 통합된 외교 정책의 틀 밖에서 (그린란드와 관련한) 어떤 정책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는 배신행위다.”
◇”당신은 경제적 이득이 되면 형제와 자식을 팔 건가”
-덴마크 입장에서도 희토류 등 그린란드의 지하자원을 포기하기엔 아까울 것 같다.
“당신이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일원이라면 당신의 형제와 딸들이 팔려나가는 걸 즐겁게 지켜볼 수 있나. 그린란드와 덴마크 사이의 결속은 단순히 (그린란드 영토의) 금전적 가치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800년 동안 하나로 묶여서 살아왔고, 이러한 결속을 계속 이어나가려는 것뿐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도 있지 않나.
“덴마크는 나토의 일원이다. 우리는 나토에 대한 의무를 기꺼이 이행하고 있다. 덴마크가 안보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내야 하는 건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다.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분리될 수 없다. 이는 역사적인 결속과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이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이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의 관점에서 작은 나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이 그린란드의 자원을 개발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지하자원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무엇이 최선일지를 고민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그린란드에서 자원을 개발하려고 나서는 시도는 철저히 차단할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가 비슷한 주장을 이어간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덴마크 내 정당들도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나는 덴마크의 주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본다. 덴마크의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나의 소속 정당인) 덴마크 인민당은 덴마크 의회와 유럽의회에서 모두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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