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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2006년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무대는 아프리카입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란 전쟁 지역에서 생산하는 다이아몬드가 무기 구입 등에 악용되는 일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영화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이어진 시에라리온 내전이 배경입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99년 어부였던 솔로몬 밴디(배우 자이몬 운수)는 반군에 납치돼 다이아몬드 채굴에 동원됐습니다.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 주산지 중 하나였고 반군은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수출해 전쟁 비용을 조달하고 있었습니다. 밴디가 발견한 거대한 핑크색 다이아몬드를 반군이 가져가려는 순간 공교롭게도 정부군이 급습했습니다. 밴디는 다이아몬드를 땅에 묻었고 이번엔 정부군에 체포돼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한 장면

마침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무기와 다이아몬드 암거래를 하다 잡혀 온 대니 아처(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감옥에 있었습니다. 그의 배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패한 사업가 루돌프 카프입니다. 거대한 다이아몬드 소문을 들은 아처는 인맥을 동원해 자기와 밴디가 감옥에서 나가도록 조치합니다. 아처는 파묻은 다이아몬드를 구하게 해주면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겠다고 밴디를 설득합니다. 또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를 취재 중이던 미국 기자 매디 보웬(제니퍼 코널리)에게 관련된 증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한편으로 끌어들입니다. 밴디는 반군과 힘들게 싸운 끝에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어 카프에게 전달하고, 보웬은 그 장면을 몰래 찍어 부패한 사업가의 피 묻은 다이아몬드 거래를 대서특필합니다.

영화는 밴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에서 개최된 국제 회의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연설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역사적인 킴벌리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유엔은 1998년 앙골라 반군이 다이아몬드 자금을 이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제재를 시작했고, 모든 분쟁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2000년 킴벌리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를 통해 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를 공급망에서 차단하는 국제 인증 제도인 킴벌리 프로세스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킴벌리 프로세스가 다시 화제입니다. 다이아몬드는 화학적으로는 흑연과 마찬가지로 탄소 원소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둘은 온도와 압력 차이로 결합 특성이 달라지는데, 최근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흑연을 다이아몬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종전 업체들은 다이아몬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생성된 다이아몬드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니다”라는 여론전을 폈습니다. 소비자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업체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소위 천연 다이아몬드가 내전과 분쟁에 악용된 사례를 열거하면서, 그간 킴벌리 프로세스는 완벽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는 절대로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아니다”라고 반격을 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주장에 끌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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