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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2050년에 살고 있다면 온몸에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달고 있을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 이름 모를 꽃이 보이면 스마트 안경으로 무슨 꽃인지 찾아보고, 손톱에 달려 있는 작은 화면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등에 붙인 손바닥만 한 타투에선 체온과 땀의 양을 실시간 측정한다. 그런데 이 공상과학(SF) 영화 속 얘기 같은 기술들은 상상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미국의 한 대학 연구실에선 이 같은 기술을 한창 개발 중이다.
“현대인들이 매일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옷을 입듯이, 미래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과 함께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할 겁니다. 우리의 역할은 일상과 기술을 우아하게 통합하는 일이죠.”
각종 웨어러블 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국 코넬대의 신디 카오 인간생태학 교수는 지난달 30일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웨어러블 기기를 달고 사는 ‘신(新)인류’의 모습을 설명했다.
카오 교수가 이끄는 코넬대 하이브리드보디랩은 웨어러블 기기 분야의 글로벌 선두 주자로 꼽힌다. 하이브리드보디랩은 요즘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디지털 기능을 탑재한 반지)과 같은 액세서리형 웨어러블 기기 대신 타투 스티커·네일아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연구한다. 웨어러블 기기를 자연스럽고 편한 ‘제2의 피부’처럼 만들겠단 의도다.
◇생체 신호 감지하는 ‘제2의 피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하이브리드 피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피부란 부드러운 재질의 피부 부착형 웨어러블 기기다. 아이들이 얼굴이나 몸에 붙이고 노는 타투(문신) 스티커처럼 피부에 붙였다 뗐다 하면서 사용한다. 디자인도 각양각색으로 만들 수 있다. 마치 옷을 입듯이 하이브리드 피부의 색깔, 모양과 센서 위치 등을 바꾸는 재미가 있다. 이 피부 부착형 장치들은 땀과 같은 생체 신호를 감지하는 의료용 센서나 손 부종을 줄이기 위한 재활 기기 등으로 쓸 수 있다.”
-타투 스티커처럼 만든 이유가 있나.
“일단 사용할 때 불편함이 적고,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어 거부감이 덜하다. 게다가 사용자가 원하는 신체 부위에 자기만의 디자인으로 만들어 붙일 수 있기 때문에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처럼 말이다.”
-하이브리드 피부는 어떻게 생체 신호를 감지하나.
“하이브리드 피부 안에는 미세한 화학 센서들이 내장돼 있다. 이 센서들은 땀 안에 있는 포도당·젖산·수분 등을 감지한다. 이런 성분들이 감지되면 센서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색깔을 바꾸고 각 물질의 농도도 측정한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의료 기기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인간의 몸’을 배터리처럼
-피부 부착형 장치엔 별도의 전원이 없나.
“하이브리드 피부엔 전원이 없다. 피부에 붙는 센서 자체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다만 경우에 따라 아주 작은 배터리가 필요한 제품들도 있다.”
하이브드보디랩의 네일아트형 웨어러블 기기인 네일오(NailO)에는 배터리가 달려 있다. 네일오는 일종의 전자제품 조작기다. 가령 네일오를 스마트폰과 연결한 뒤, 네일오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스마트폰 화면에 동그라미가 표시되는 식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위해 배터리 소형화도 중요한가.
“배터리가 작을수록 좋은 건 맞는다. 그래서 우리는 (배터리 크기를 줄이기 위해) 지속 가능성 있는 다른 에너지원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땀을 이용해 에너지를 수확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땀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얻나.
“우리는 이를 ‘바이오 연료전지’라고 부른다. 땀에 있는 화학 성분과 다른 성분을 만나게 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얻는 방식이다. 물론 전력 생산량이 많진 않지만 미래엔 다른 에너지원과 결합해 전력 효율을 높일 것으로 본다.”
-웨어러블 기기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 분야는.
“대체 에너지와 재료 과학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 전자 기기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로 작동한다. 이를 더 작게 만들거나 대체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으면 웨어러블 기기의 소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내구성은 좋으면서 얇고 부드러운 재료의 개발이 필수다. 피부에 붙일 수 있는 실처럼 얇은 전자 섬유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도 활용하나.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는 사람의 활동과 상태를 감지·인식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AI가 탑재된 아주 작은 반도체칩들이 실시간으로 사람의 상태를 인식할 수 있다면 정말 많은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가 개발될) 가능성들이 열릴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미래
-기존 액세서리형 기기 대신 피부 부착형 기기를 개발하는 이유는.
“(피부에 붙이는) 부드러운 웨어러블 기기가 앞으로 발전 잠재력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얇고 가볍게 만들면서 전원을 공급하고 비용까지 낮추는 건 아직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연구한다. 미래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면서 연구한다. 사람들은 언젠가 웨어러블 기기와 함께 일상을 보낼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장치들이 몸과 가까워질수록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예상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미래는.
“현재 아이를 임신 중인데, 내 아이는 정말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쓰며 살 것이다. 예를 들어 손톱에 디스플레이를 내장해 뉴스나 문자를 받아볼 수 있다. 콘택트렌즈나 피부에 붙인 타투형 스티커가 우리의 생체 신호를 감지해 몸 상태를 체크해줄 수도 있다. 심지어 옷에도 각종 센서가 달려 있어 날이 추워지면 옷에서 열이 나고, 미팅에 참석할 때는 더 격식 있는 형태로 변하는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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