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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니피슨트 7(미국 대형 기술주)만 고집하기보다는 투자 범위를 확대할 때입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를 이끄는 발레리 보드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춤하는 미국 증시가 아닌 유럽과 아시아 증시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7일 WEEKLY BIZ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더구나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기업의 실적에 비해 주가가 크게 뛰어 미국 기업들 주가는 꽤나 비싼 상황”이라고 했다.
보드송 CEO는 30년 동안 프랑스 금융계에서 활약한 베테랑 금융인이다. 1995년 프랑스 엥도수에즈은행에서 금융계 첫발을 내디뎠고, 2007년 아문디에 합류해 상장지수펀드(ETF) 사업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21년 5월부터 CEO로서 아문디를 이끌고 있다.
◇“관세 때문에 미국 경제 성장 둔화”
-최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관세 인상은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우선 관세 부과는 수입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주요국을 상대로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는 결과가 뒤따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관세는 미국 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자재의 가격도 함께 끌어올린다. 이 역시 미국 경제에 악재다.”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미국 증시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보기술(IT) 기업의 비율이 큰 S&P500 지수는 2020년 이후 유럽 증시를 대표하는 스톡스 유럽 600 지수(유럽 17국 증시 600개 종목으로 구성)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요 미국 기업은 실적 성장 대비 주가가 더 많이 상승했다. 지난 1~2월 미국 증시가 주춤했는데, 과도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매그니피슨트 7 같은 미국 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다른 지역과 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잠재력 눈여겨봐야”
-유럽 증시는 앞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유럽의 잠재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인구는 4억5000만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역시 17조유로(약 2경6800조원) 수준이다. 올해 GDP 성장률도 지난해보다 높을 전망이다. 유럽 기업들은 명품, 반도체, 항공, 농식품, 제약, 금융 부문에서 선도 기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유럽의 상품 및 서비스 수출도 세계 최대 규모다. 또한 유럽인들이 저축해 놓은 풍부한 자금은 디지털 전환과 기후 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보통 소득의 10~20%를 저축하는데, 이는 평균 5%안팎인 미국의 저축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 유럽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관세를 매기면 피해가 크지 않을까.
“최근 관세 관련 논란으로 유럽과 미국 사이 무역의 두 가지 주요 특징이 부각됐다. 우선 유럽과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상호 무역 관계를 토대로 긴밀한 경제적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유럽과 미국 사이의 상품 무역 규모는 두 배 이상 늘었다. 둘째로 유럽이 미국을 상대로 기록한 무역 흑자는 1500억유로(2023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수출 산업에 있어 유럽 기업이 가진 경쟁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당분간 유럽과 미국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일부 무역 마찰이 발생할 순 있다. 그럼에도 (두 지역 사이 무역의 이점이 더 크다고 보는) 경제적 실용주의가 승리하고 해결책이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印·中, 여전히 높은 성장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의 경제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까.
“인도는 앞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조금 둔화하긴 했지만,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6~7%대다. 인도는 35세 미만 인구가 전체 인구의 65%라 경제 성장에 유리한 인구 구조를 갖추고 있고, 내수 역시 탄탄하다. 인도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금융 등 서비스 부문에서 특히 우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정부가 이러한 기업을 잘 육성한다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을 겪고 있는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의 둔화와 같은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다른 세계 주요국에 비해 높다. 우리(아문디)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4.1%로 지난해(5%)보단 둔화할 것으로 보긴 한다. 중국 경제는 (개발도상국으로서 고속 성장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가 성장 모델의 전환 과정에 있다고 본다.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던) 중국 경제는 이제 하이테크 산업과 첨단 기술 제조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우리는 종종 중국을 과소평가하곤 하지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보여줬듯 중국은 기술 혁신을 이뤄낼 충분한 역량을 가진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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