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나는 지난 칼럼에서 올 한 해 유럽에서 펼쳐질 놀라운 강세장을 전망했다. 이 상승세를 활용하려면 적절한 접근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투자자들은 우선 주식을 운용할 때 기준(벤치마크)으로 크고 광범위한 시가총액 지수를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MSCI 세계지수(ACWI) 같은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으면 분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라별 투자 비율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본이기도 하다.
한국은 MSCI ACWI 시가총액의 1%를 차지한다. 더 넓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율은 약 15%이고 유럽도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65%로 압도적이다. 따라서 올해 유럽 주식 시장이 강세로 예상되더라도 분산 투자 측면에선 유럽 외 다른 지역 주식 비율이 여전히 높아야 한다. 유럽의 비율을 적당히 높이고 아시아도 어느 정도 확대하되, 미국 비율은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과도하면 안 된다.
2023·2024년엔 미국이 시장을 주도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 시가총액에서 기술 중심주(테크·미디어·통신)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이상이고, 이들이 강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테크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9%뿐이었다. 또 유럽 증시는 주요 성장 동력인 명품 산업에서 소비자들 지출이 줄고, 특히 중국에서 고전해 하락했다.
하지만 이제 유럽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유럽의 주요 업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띨 전망이다. 핵심은 가치주 중에서 장기적인 트렌드가 아닌, 예상되는 경기 순환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들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과 산업재는 유럽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가치주다. 또한 자동차와 같은 소비재와 헬스케어 등의 가치주 역시 공격적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은행은 유럽 시장에선 13%, 한국 시장에선 15%를 차지한다. 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고는 이 전략을 미국 투자에도 적용해야 한다. 유럽과 가치주가 글로벌 증시를 주도할 때 미국에서도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2000년대 중반과 2012년 유럽 증시가 급등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유럽 증시는 9.4% 상승한 반면, 글로벌 증시는 0.7% 상승에 그쳤다. 반면 미국 증시는 1.3% 하락했고 미국 성장주와 테크주는 더 부진했다.
따라서 기술주와 성장주의 비율을 낮추고, 가치주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다만 가치주라고 무작정 비율을 높여선 안 된다. 대표적 가치주인 에너지와 원자재 기업의 주가는 원재료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데, 충분한 공급과 둔화된 수요가 이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를 대비해 일부 보유하는 것도 좋지만, 핵심은 공격적인 가치주에 집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