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프리(Free·무료)’ 출시가 이렇게까지 성공적일 줄 예상치 못했어요. 우리의 ‘프리미엄(Freemium)’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시장에 딱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구스타브 길렌하마 스포티파이 시장 및 구독 부문 부사장은 지난 12일 WEEKLY BIZ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한국 시장에 '스포티파이 프리' 를 출시해 성과가 컸다"며 "앞으로 K팝과의 협업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스포티파이 제공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구스타브 길렌하마 시장 및 구독 부문 부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하며 “정말 고무적”이라고 했다. 프리미엄(Freemium) 비즈니스 모델이란 무료(Free)와 할증(Premium)이란 단어를 합친 조어다. 사용자들이 광고 등을 보는 대가로 무료로 기본 기능을 쓸 수 있게 하면서, 추가 기능이나 고급 서비스를 원하면 유료로 유도하는 이른바 ‘공짜 미끼’ 방식을 말한다. 스포티파이는 2021년 2월 한국 시장에 유료 모델로만 처음 진출해 유튜브 뮤직 및 멜론·지니뮤직·플로 같은 국내 토종 음원 플랫폼에 밀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스포티파이 프리’란 무료 모델을 내놓으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2월 월간 사용자 수 순위(와이즈앱·리테일 통계)는 유튜브 뮤직과 멜론에 이은 3위까지 올랐다. 길렌하마 부사장은 “프리미엄 전략은 우리의 핵심 글로벌 전략 중 하나”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공짜로 유혹하는 전략 먹혀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무료 서비스 출시일인 지난해 10월 10일 스포티파이 앱 신규 설치 건수는 4만9816건으로 전날(3709건)보다 13.4배로 늘었다.

-무료 모델 출시로 한국에선 얼마나 성장했나.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 출시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스포티파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크게 올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다운로드 수와 사용 빈도도 올랐다.”

-무료 구독 모델을 출시한 배경은.

“스포티파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유료 요금제(월 1만900원)다. 무료 모델 상품을 구독하면 노래 재생 도중 광고를 들어야(30~60분에 한 번씩) 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 팬들에게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체험할 기회를 더 많이 드리는 게 맞겠다는 판단에서 출시했다.”

-유료 요금제는 광고가 없다는 점 말고 무료와 무엇이 다른가.

“(프리미엄 요금제는) 완벽한 음질의 음악을 원할 때 언제든 들을 수 있다. 무료 요금제와 달리 재생 횟수 제한도 없는 데다 노래를 다운받을 수 있어 인터넷 연결 없이도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래픽=김의균

◇역대 최대 실적의 비결

스포티파이는 지난 2월 2024년 4분기 실적 및 2024 회계연도 연간 실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11억4000만유로(약 1조8000억원) 순이익을 냈다. 2006년 설립,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래 첫 연간 흑자 기록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배경은.

“우선 창업 이래 음악 하나만 보고 ‘외길’을 걸었던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 우리에겐 2006년 설립 이래 음원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아온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다. (이번 실적은) 스포티파이가 그간 가수와 팬 모두에게 최고의 플랫폼이 되기 위한 지속적인 혁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우리는 ‘개인화’에 특화돼 있다. 가령 스포티파이는 사용자마다 추천 노래와 재생 목록이 다르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6억7500만명의 사용자(월간 활성 사용자 기준)가 있으니 6억7500만개의 특별한 재생 목록이 있는 셈이다.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매일 수시로 바뀌는 데이리스트(Daylist), 사용자의 음악 취향과 최근 기록을 분석해 매주 제공하는 30곡짜리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 등 다양한 유형으로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들려준다.”

-개인화된 재생 목록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스포티파이는 재생 목록을 유형화하는 편집 담당 인원만 130여 명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신 음악 트렌드를 분석하고 큐레이션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는다. 어떤 고객들은 심지어 ‘나보다 스포티파이가 내 음악 취향을 잘 안다’고 말하기도 한다.”

◇K팝도 스포티파이로 날개 달아

-스포티파이는 K팝과도 협업하고 있나.

“스포티파이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는 우리가 각국의 현지 아티스트, 레이블(기획사)과 적극 협업한다는 점이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여정에 우리도 함께했다. 우리 플랫폼을 타고 K팝은 동남아시아나 일본은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세븐틴 같은 인기 그룹과 협업해 ‘세븐틴 캐럿 스테이션’이란 월드 투어를 하기도 했다.”

-한국 외에 주목받는 새로운 음악 시장은.

“요즘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 지역 음악이 떠오르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가수 레마(Rema)나 위즈키드(Wizkid)는 스포티파이에서 음원 스트리밍 횟수 10억건을 돌파했다. 앞으로 더 많은 아프리카 가수가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본다.”

-향후 계획은.

“가수 제니는 스포티파이와 함께 지난달 팬 약 200명을 초대해 자신의 앨범 ‘루비(Ruby)’의 수록곡을 최초 공개했다. 리스닝 파티의 이름은 ‘루비’와 ‘스포티파이’를 합친 ‘루비파이’였다.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넘어 가수와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자, 음악을 즐기는 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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