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이륜 평행차 '세그웨이 S플러스'의 주행 모습. 아직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 했다. /세그웨이 홈페이지

‘전기차 캐즘(Chasm), 신기술로 돌파한다.’

요즘 제법 자주 보이는 기사 타이틀입니다. ‘캐즘’이란 본디 지질학 용어로 지각 변동 등으로 인해 지층 사이에 발생하는 틈을 의미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경영학 분야에서 이 용어를 훨씬 많이 쓰고 있는데요, 여기에서의 캐즘은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겪는 단절적인 침체기를 의미합니다. 미국인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Moore)가 1991년 벤처산업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면서 경영학적인 캐즘 개념을 최초로 언급했다 합니다.

캐즘은 왜 발생할까요. 대부분은 ‘대중화’의 난관 때문입니다. 벤처산업이 창출하는 재화나 서비스는 대부분 전례가 없던 혁신적인 상품입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물건을 남들보다 먼저 사용해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 이른바 ‘얼리 어답터’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수에 불과한 얼리 어답터만으로 기업이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얼리 어답터 개념을 처음으로 창시한 인물은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렛 로저스인데요, 그는 인구 중 얼리 어답터 비율이 13.5%가량이라 말했습니다. 얼리 어답터보다 신상품 수용이 빠른 ‘혁신가’ 그룹 2.5%를 더하더라도, 일단 새롭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용해 보는 인구는 전체의 16%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84%는 그저 신상품이라는 이유로 전례 없던 재화나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진 않습니다. 이들이 중시하는 포인트는 ‘실용성’과 ‘가격 대 성능비(가성비)’입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이라 해도 시장에선 외면당하기 일쑤입니다. 전동 이륜 평행차인 ‘세그웨이’가 대표적 예입니다. 세그웨이는 2001년 갓 출시됐을 당시엔 신기한 모습과 운전하는 재미 덕에 얼리 어답터 계층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짧은 이동 거리, 방전된 상황에서의 불편한 휴대성 등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 때문에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현재 세그웨이 이름으로 출시되는 주력 상품은 오토바이, 카트, 킥보드 등 전혀 다른 제품군입니다.

물론 캐즘이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닙니다. 전자책은 출시 초반엔 콘텐츠 부족에 허덕이며 대중화 불발 위기를 겪었으나 아마존닷컴이 신문이나 잡지 등도 구독이 가능한 ‘킨들’을 내놓으며 캐즘을 돌파할 동력을 얻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도 생산 초기엔 화질이 불량하고 프린터 성능도 부족해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화소 수가 늘고 컬러 프린터의 가성비도 높아지는 등 관련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자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했습니다. 전기차와 같이 캐즘이 거론되는 여타 테크 분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캐즘이 경영 측면에서 큰 위기인 것은 맞지만, 대중화를 목표로 기술 개선에 힘쓴다면 활로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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