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늘 ‘현금이 최고다(Cash is King)’란 말을 강조합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져온 지금, 세계 최고의 기업 위기 관리 전문가는 기업들의 ‘현금 창출 능력’을 강조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루이스 데 루시오 알바레즈앤마살 총괄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 모두 지금은 현금 유동성을 확대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며 “유동성이 있어야 방어적인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지고 나쁜 시장 상황에서도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알바레즈앤마살(이하 A&M)은 세계 최고의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 회사다. 흔히 세계 3대 컨설팅 회사라고 하면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드컴퍼니가 꼽히지만, A&M은 이들을 최근 바짝 추격하는 회사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의 구조조정을 맡았던 것을 계기로 구조조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시장이 오히려 기회”
-현재 글로벌 시장의 맥락을 짚는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지금은 굉장히 다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려할 만한 징조는 충분하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인 만큼 (고율 관세 조치 등) 미국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 정책으로 국제 무역에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고 이런 결정으로 일어난 상황을 다시 회복하기엔 굉장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닥쳐올 위기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내가 기업을 운영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업 입장에서 미래 예측이 어렵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더라도 ‘진리’인 것을 찾아 시행해야 한다. 그게 바로 현금 창출 능력 최대화다. 현금 유동성이 많으면 (방어뿐 아니라) 안 좋아진 시장 안에서 더 사업 확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여지가 있단 얘긴가.
“그렇다. 실제 지금 미국 관세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볼 중국에 우리는 더 투자를 늘리고 있다. 많은 컨설팅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위기를 맞는 기업은 성과를 개선할 여지가 많고 구조 조정 수요도 있다. 심지어 중국의 국영 기업도 우리를 찾고 있다.”
-글로벌 위기 속 한국의 상황은.
“한국의 경우 발전할 여지가 많은 시장이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 해운·석유화학 등과 같은 분야는 일시적 외부 충격이 아닌 구조적 전환을 겪고 있어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부채 유예로는 글로벌 위기에 근본적인 대처가 어렵다. 어떤 산업을 키울지 혹은 산업별로 통합하고 정리할지 명확히 정리해 미래에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익숙지 않은데.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극히 취약한 환경에 있어서 변화가 필요하다. 관행으로 해 오던 과거의 잘못들만 조금 바꿔주면 당장 다음 달 직원 월급을 못 줘서 법원에 가게 생긴 회사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회사로 바꿔낼 수 있다.”
◇절반을 현장 전문가로 채워
-컨설팅 회사의 덕목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문제가 뭔지를 찾아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각 회사를 구조 조정시키는 능력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젠 일반 컨설팅 부문이나 사모펀드 부문 등 구조 조정에서 파생된 사업 부문까지 사업 영역이 확장됐다.”
-다른 컨설팅 회사와 차이점은.
“우리는 실제 경영 현장에서 있었던 전문가들 비중이 매우 높다. 특정 산업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경험한 이들을 컨설턴트로 영입한다. 전문 컨설턴트와 산업 전문가는 모두 경영에 참여해봤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 문화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최재원 A&M 코리아 대표가 여기에 말을 보탰다. 다른 컨설팅 회사들을 거쳐 A&M 코리아 대표가 된 그는 “A&M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파트너 중 절반이 기업 임원 출신일 정도로 그 비율이 높다. 다른 회사는 90% 정도가 순수 컨설턴트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전략 컨설팅 회사는 특정 프로젝트를 맡으면 3~4개월 동안 그 회사의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지만 A&M은 3년에 이르는 프로젝트도 있을 만큼 장기적인 계약을 맺는다”며 “계획을 세우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그 기업에 들어가서 해당 산업의 규제, 인사 관리 등 세부적인 것까지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