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연합체인 쿼드를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정상(頂上)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동맹 관계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한편, 인도와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함께 묶는 역할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는 오는 16일 워싱턴 DC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4월 말 일본의 황금 연휴인 ‘골든위크'를 활용해 인도를 방문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일본과 인도 총리의 대면 회담은 2019년 11월 태국에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후 처음이다.

이 신문은 중국에 대립 축(軸)을 만드는 데 신중한 인도를 방문,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관계를 깊게 함으로써 쿼드 대면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모색하는 것이 스가의 방문 목적이라고 전했다. 일본과 인도는 최근 자위대와 인도군의 연료나 식량의 융통을 보장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서명했는데 스가의 뉴델리 방문은 양국 간 협력을 더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가는 이어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때 쿼드 4국 정상이 따로 만나 대면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쿼드는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첫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3개월 만에 대면 정상회담을 열어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06년 쿼드 정상회의를 제안한 이후, 사실상 이 기구의 사무국 역할을 맡아 하고 있다. 일본은 두 번째 쿼드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활동 영역을 급격히 늘리는 데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쿼드는 지난 3월 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해 “해양 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면 회담에서는 중국 견제 외에도 개도국에 코로나 백신 제공,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는 G7 영국 회의에서 한국을 제외한 채 쿼드 정상회의가 개최될 경우, 한국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가는 인도 방문 전후로 필리핀도 방문, 두테르테 대통령과 첫 정상 회담을 갖는다. 스가는 지난해 9월 취임 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이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을 방문하는 것이다. 스가는 두테르테와의 회담에서 국제법에 어긋난 해양 진출을 강행하는 중국에 대한 염려를 공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가 취임 후 방문한 아세안 3국은 모두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가진 나라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가 총리가 중국의 부상을 염두에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협조 확대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달 중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안보·경제협력·기후변화 3개 분야에 초점을 맞춘 합의문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7일 보도했다. 미·일 정상 합의문에는 중·일 영토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미군의 보호 의무가 이례적으로 명기되며 AI(인공지능), 5G 통신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