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요리사 조셉 윤이 ‘매미 요리 전도사’로 영미권 외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정확히는 ‘굼벵이 요리' 전도사다. 최근 미 동부지역에는 17년만에 한번씩 대규모로 출현하는 ‘브루드 10’(brood X) 매미들의 활동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성충으로 우화하기 직전의 굼벵이들을 활용한 요리법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활동상이 미 현지 언론은 물론 캐나다 CBC, 독일 도이체벨레 등에도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굼벵이를 넣어 무친 샐러드. /조셉윤 인스타그램

조셉 윤은 뉴욕에서 ‘여미 이츠(Yummy Eats)’라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곤충을 식재료로 활용한 음식 소개와 전파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3개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브루클린 벅스(Brooklyn Bugs)’는 곤충을 활용한 음식 소개 전문 채널이다. 최근에 그는 브루드 10의 굼벵이들을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 잇따라 사진에 올렸다. 칠리·마늘·커리플라워에 굼벵이를 넣은 감자스프, 아스파라거스·콩·레몬에 굼벵이를 함께 넣어 버무린 샐러드 등이다. 한인 요리사 답게 굼벵이를 넣어 버무린 파김치도 보인다. 그의 굼벵이 요리는 지미키엘쇼와 NBC투데이 등 인기 TV프로그램에도 소개됐다. 최근에는 브루드 10 굼벵이를 활용한 코스 요리도 선보였다.

굼벵이 초컬릿. /조셉윤 인스타그램

조셉 윤은 이전부터 영양가가 풍부한 곤충을 식재료로 활용하는데 주목하고 이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그런데 ‘브루드 10’매미의 대규모 출현소식이 미국에서 연일 화제가 되면서 그의 행보도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북미 지역에는 주로 17년 안팎의 특정한 주기마다 나타나는 ‘브루드 매미’ 여러 종이 알려져있다. 2004년과 올해 나타났고, 2038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브루드10’은 무리의 규모나 울음소리 면에서 다른 종들을 압도한다.

굼벵이를 넣은 감자스프. /조셉윤 인스타그램

올해에만 최대 3조 마리가 올해 8월까지 활동할 것으로 예정돼있다. 올해 활동하는 매미들은 2004년에 낳은 알에서 태어나 17년간 굼벵이로 땅속에서 지내다 나오는 벌레들이다. 이 매미들은 독성이 없고 영양분이 풍부해 너구리·뱀·개구리·새 등 포식동물들은 올 여름 최고의 성찬을 즐길 것이라고 생태 전문가들은 예견해왔다.

굼벵이를 넣어 버무린 파김치. /조셉윤 인스타그램

하지만 여기에 인간 역시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굼벵이 입장에서는 어른 매미가 돼 날개를 펴기도 전에 자기를 잡아먹을 수 있는 천적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식량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곤충이 몸에 좋고 친환경적인 식재료의 일환으로 꾸준히 추천돼왔고, 각국 정부는 곤충을 활용한 음식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유엔 세계식량기구(FAO)도 지난 2013년 곤충 음식의 가능성을 주목한 보고서 ‘먹을 수 있는 곤충들’이라는 보고를 내기도 했다.

조셉윤. /조셉윤 인스타그램

조셉 윤은 CBC 인터뷰에서 “곤충을 먹는다는 것은 아직은 낯설고 불편하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음식하면 파티 등에서 먹는 소고기나 바닷가재 등을 떠올리고, 곤충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것으로 인식한다”면서 “그러나 전세계 20억명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는 “굼벵이 요리는 한번 씹을 때 바스락거리는데 그 때 바로 삼키지 말고 계속해서 씹으라”며 식감을 느끼는 법도 소개했다.

17년마다 나타나는 '브루드10' 매미. 올해 미 동부지역에서 최대 3조마리가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