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500여 명의 캠페인 직원들로부터 “이스라엘의 점령과 봉쇄, 정착촌 확대를 중단시키고, 이스라엘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공개 서한을 받았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그와 싸웠던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주는 돈의 사용처를 면밀하게 따져보라”고 촉구했다. 도대체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연간 얼마나 원조를 받으며, 왜 갈수록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독자 목소리’를 고집할 수 있는 것일까.

◇한해 38억 달러…10년간 380억 달러 책정

이스라엘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최대 원조 수혜국이다. 2020년 11월에 나온 미 의회조사국(CRS)의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20년 한 해 모두 38억 달러(약 4조2600억원)의 원조금을 받았다. 모두 군사원조다. 이 액수는 2016년 오바마 행정부 때 합의한 것으로, 2017~2028년에 모두 38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그 전 10년에 비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고도 6% 증액된 것이다. 10년간 총액 380억 달러엔 ‘아이언 돔(Iron Dome)’과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2020년 원조액 38억 달러는 일반 군사원조 33억 달러와 아이언 돔 구축 5억 달러를 합친 것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2018년까지 모두 1386억 달러의 원조를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2019,2020년에는 군사원조만 매년 38억 달러를 받아, 미국의 최대 원조수혜국이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최신 자료(2019년)를 보면 아프가니스탄이 이스라엘보다 더 많은 원조액을 받았지만, 올해 9월까지 미군이 철수하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 원조액은 3억7000만 달러(2021년)로 확 준다.

2019년에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나라 순위. 아프가니스탄이 1위지만, 9월에 미군 철수하는 2021년 원조액은 3억7000만 달러에 불과하다./USAID

이스라엘은 이 돈으로 F-35 통합전투기 50대를 구입해, 지금까지 27대를 인도받았다. 또 작년엔, 이 F-35를 공중 급유할 보잉사의 KC-46A ‘페가수스’ 8대를 구입했다. 미국은 이 밖에도, 2011년부터 지금까지 16억 달러를 투자해 아이언 돔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이스라엘은 또 수백만 달러를 들여,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로 침투하는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미국이 이렇게 이스라엘을 집중 지원하는 이유로 “미국 관리와 의원들이 이스라엘을 중동의 핵심적인(vital) 파트너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을 지원했고, 민주적 가치도 공유한다. USAID는 “이 지역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적 우위(qualitative military edge)’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독자 방어 능력’ 갖춰…미국의 통제력 갈수록 약해져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후한 원조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24일 “이스라엘의 대미(對美) 의존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더 이상 자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안보 보장’이 절실히 필요하지는 않다. 이집트∙요르단뿐 아니라, 작년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모로코, 수단과도 외교 관계를 맺었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정보 책임자 엘리 코헨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나이제르와 외교 정상화를 맺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변 아랍권의 위협이 확 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제 첨단 필수 무기는 대부분 이스라엘 자국에서 생산한다. 심지어 미국의 군사원조액도 1981년도엔 이스라엘 GDP(국내총생산)의 10%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고작 1%(전체 GDP 34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아슈켈론에서 쏜 아이언 돔 대공미사일이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가 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과거 ‘아이언 돔’이 없을 때에, 가자 지구나 북쪽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쏘는 로켓∙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은 미제(美製) 전투기와 첨단무기뿐이었다. 이들 무기는 백악관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스라엘에서 만든 미사일 방어체계로 자국을 지킬 자급자족 능력을 갖췄다.

◇'평화 프로세스' 포기하고, ‘간헐적 전투’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

이스라엘 국민 중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해소 가능성에 희망을 두는 비중은 매우 적다(‘매우 가능’ 2%). 그리고 미국이 평화정착 협상을 주도할 때마다, 가자 지구를 봉쇄하고 요르단강 서안을 관리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의도는 계속 반대에 부딪혔다. 중동 정책을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예 버락 오바마의 2012년 재선 때에는 미트 롬니와 같은 공화당 후보와 교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이스라엘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를 ‘선거 중립성’을 이유로 만나지 않았다.

작년 6,7월 조그비리서치가 이스라엘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팔레스타인과의 갈등 해소'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89%가 긍정했지만, '가능성'에는 15%만이 긍정적이었다./조그비리서치

한편,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와 살상 목적을 거두는 로켓은 드물고, 이스라엘 깊숙한 곳까지 미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 공격 가능성은 더 드물다. 따라서 ‘간헐적 전투’가 최악의 선택지 중에선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이 ‘현상 유지’를 위해선 굳이 외부 세력의 지원이 많이 필요 없다. 이제 이스라엘의 최대 적은 이란뿐인데, 이란은 미국과 ‘공통의 적’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영향력은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휴전 촉구도 이미 이집트가 중재한 휴전안이 거의 성사될 무렵에 나왔고, 이스라엘 관리들은 ’10일간의 작전에서 가자 지역에 대한 애초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기 때문에 휴전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좌파의 대(對)이스라엘 시각도 곱지 않아

게다가 민주당 내 좌파의 이스라엘에 대한 분위기도 갈수록 비(非)우호적이다.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 20일 7억3500만 달러에 달하는 정밀유도무기의 판매를 중단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하원에선 라시다 틀라이브 무슬림 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등이 ‘판매 중단’ 결의안을 냈다. 이 정밀유도무기는 이스라엘 공군의 공중 투하 폭탄을 대체해, JDAMS(통합직격탄)와 같이 GPS로 타깃까지 정밀 유도되는 폭탄이다. 이 결의안이 민주당에서조차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만큼 지금의 미국 민주당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