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상 간 접촉은 지난해 11월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약 4개월 만이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2일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및 경제적 지원을 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보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과 함께 서방 사회의 잇따른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와 경제 원조를 요청했고, 중국은 러시아에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파악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모스크바가 전쟁을 끝내게 하는 데 필요한 영향력을 무엇이든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중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고려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작년 11월 첫 화상 회동 이후 국제 정세에 새로운 중대 변화가 일어났다”며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의 주제가 엄중한 도전에 직면했고, 세계는 평화롭지도 안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위기는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다”라며 “국제 관계가 군대가 맞붙는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우리는 미·중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이끌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노력하고, 국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러시아군 공세가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 사상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오전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시 공항 인근을 폭격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르비우는 폴란드 국경에서 약 70㎞ 떨어진 곳으로, 러시아 공격권에서 벗어나 있어 한국 대사관 임시 사무소를 비롯해 주요 외국 공관과 피란민들이 대피해 있다.

전날 북동부의 제2도시 하르키우 외곽의 메레파 마을에서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최소 21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다쳤다고 현지 검찰이 밝혔다. 남부 도시 마리우폴도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으로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시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하루에 포탄 50~100개를 퍼부어 35만여 명이 방공호나 지하실로 대피했다”며 ‘주거 지역 80%가 파괴됐고, 30%는 아예 재건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한 마리우폴 시내 극장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수색과 구조 작업을 시도하고 있으나, 러시아군 포격이 계속돼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은 31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는 “난민 숫자가 3주 만에 여섯 배가 됐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