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도자들이 잇따라 우크라이나를 찾아 전폭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9일(현지 시각)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120대의 장갑차와 새로운 대함 미사일, 1억파운드(약 1600억 원) 규모의 군사 장비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G7(주요7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키이우를 찾았다. 전날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신청 관련 서류를 전달하고 신속한 가입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 등 3국 총리가 EU 정상회의 대표 자격으로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은 연일 계속됐다. 러시아군은 지난 8일 피란민 4000여 명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역(驛)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해 52명이 사망하고 98명이 다쳤다.
참혹하게 훼손된 시신 등 참상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가 또다시 분노로 들끓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토치카-U’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며 “러시아는 ‘한계가 없는 악’이다. (그들은) 처벌받지 않는다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공격 때 미사일에 집속탄을 달아 쏜 것으로 알려졌다. 집속탄은 지나치게 치명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비난 때문에 전 세계 100여 국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사일 공격 지점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이 파편을 맞고 쓰러진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집속탄 사용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등에서도 집속탄을 사용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상 정황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9일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수도 키이우 근교 마카리우에서 고문 흔적이 남아있는 주민 시신 132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르키우 근교 베즈루키에서는 민간인을 겨냥해 살상 기능이 극대화된 지뢰가 살포된 사실도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설치한 대전차용 살포식 지뢰 ‘PTM-1S’가 베즈루키에서 잇따라 발견됐다”고 했다. 이 지역 주민은 “평소 아이들도 노는 곳에서 지뢰가 50분 간격으로 계속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