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레트 유엔(UN) 인권최고대표가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 논란이 있는 중국 신장 자치구를 지난달 방문했다가 비난이 일자 연임을 포기한 것이란 추측에 대해선 부인했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첼레트 대표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개막한 제50차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인권최고대표로서 임기가 끝나감에 따라 이번 회의 연설이 내가 브리핑하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첼레트 대표는 자신의 사임이 지난달 위구르족 탄압 의혹을 받는 중국 신장 자치구 방문 뒤 나온 서방의 비판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중국에 가기 전인 지난 4월 이미 (연임 포기) 결정을 내렸고, 제 상관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를 알렸다”며 “(모국인) 칠레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4년 임기는 오는 8월 말 종료된다.
앞서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달 23~2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 자격으로는 17년 만에 신장 자치구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기업 대표, 학계 인사 등을 만났다. 바첼레트 대표가 신장 지역의 인권 상황 조사를 위해 제한 없는 접근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해오다 조사 형식이 아닌 우호 방문이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신장 행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이 중국에게 인권 탄압 의혹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 있으며, 중국의 선전·선동에 역이용될 수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신장의 인권 환경을 완전하고, 조작되지 않게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접근권을 바첼레트 대표에게 부여하지 않았다”면서 접근 제한에 대한 우려를 중국과 바첼레트 대표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바첼레트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 같은 서방 국가들의 우려에 대해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가 신장 지역에서 벌어지는 무슬림 위구르인들에 대한 불법적 구금, 학대, 강제 노역 등 인권 탄압 의혹에 대한 최신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임기가 끝나기 전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2006~2010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칠레 대통령을 지냈다. 이후 유엔 여성기구 대표로 활동하다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2014~2018년 한 차례 더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과거 칠레 피노체트 군사 정권의 고문 피해자이기도 한 그는 2018년 7월부터 전 세계 인권 이슈를 총괄하는 인권최고대표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