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29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개전 이래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2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키이우 도심을 포함한 전역과 주요 인프라, 군사 시설에 100대 이상의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이 쏟아져내렸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거리 연설에 나서 “인명과 문화를 경시하는 러시아는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드론 59대 가운데 58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습이 시작된 28일은 일요일이자 우크라이나 기념일 ‘키이우의 날’이었다. 지난 5세기 설립된 도시의 1541주년을 기념해 거리 공연과 전시 등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도시가 폭음과 섬광으로 뒤덮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쯤부터 키이우 도심 등을 향해 드론 59대가 발사됐고, 이 가운데 58대를 격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어 29일 새벽에도 드론과 순항미사일 수십대가 키이우 상공으로 날아들어 이 중 40여 대를 격추했다. 이틀에 걸친 공습으로 키이우 서부 교통 중심지 솔로먄스키 지역의 한 주유소에서 파괴된 드론 파편에 40대 남성이 사망하는 등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공습 후 키이우 거리에서 가진 연설에서 “러시아가 키이우의 생일을 망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대부분 격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키이우는 역사를 통틀어 모든 침략자로부터 살아남았고, 러시스트(러시아 파시스트)로부터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공습은 이달 들어서만 15번째다.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 드론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을 대거 동원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으로 구축한 패트리엇과 대공포 등이 더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6일 “러시아는 대규모 공습에도 정작 주요 지역을 타격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습은 러시아의 전략 실패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최근 G7(7국)의 우크라이나의 지원 결정 등에도 ‘확전 위협’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8일 자국 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전투기 지원 움직임과 관련, “서방국가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확실히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단계적 확전 행위”라고 주장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또 안드레이 켈린 주영국 러시아 대사는 28일 공개된 BBC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16배 더 크고, 진지한 행동은 시작도 안 했다”며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주의적 실수”라고도 했다. 러시아는 최근 옛 소련권 국가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BB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앞두고 방공망 등 파괴를 위한 연이은 공습을 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지난 27일 BBC 인터뷰에서 영토 탈환을 위한 ‘대반격’의 시점에 대해 “내일이나 모레, 또는 일주일 안에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에서는 충돌이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27일 알 자지라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 와그너 그룹이 최근 바흐무트를 장악한 이후 러시아 정규군에 통제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교전이 줄었다.